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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즐기는 만감류의 세계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다양한 종류의 감귤. 정지윤 선임기자


뜨끈한 바닥에 편히 늘어져 이불을 뒤집어쓴 채 OTT를 보는 안온함. 지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이 완벽에 가까운 행복감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가 있다. 씻을 필요도, 도구도 필요 없는 과일, 감귤이다. 우리가 흔히 ‘귤’이라고 부르는 것도 충분히 좋지만, 기왕이면 ‘고급진’ 향과 달콤함을 즐길 수 있는 만감류가 함께한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

한겨울부터 봄철까지 즐길 수 있는 만감(晩柑)류는 수확 시기가 늦은(대체로 1~3월) 감귤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감귤나무에 오렌지나무를 교배해 탄생한 것으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이 대표적이다. 매년 새로운 품종의 만감류가 선보이며 감귤 애호가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어디까지 먹어봤니?

올해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만감류 중 하나는 ‘윈터프린스’다. 일명 겨울왕자님.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한 지 몇년 되지 않은 윈터프린스는 상큼한 환타 같은 뒷맛을 남기는 달콤함 덕분에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는 맛있고 만족스럽다는 호평이 상당수 눈에 띈다. 크기는 크지만 껍질이 좀 쭈글쭈글한 감이 있어 ‘웬 왕자님?’ 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겠으나, 짧은 기간에 재배 면적이 늘고 있어 향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미래향’은 아직 시중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눈 밝은 소비자들은 기분 좋은 새콤함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골프공 사이즈의 작고 동글동글한 ‘미니향’은 열대과일의 풍미를 연상시키는 달콤함, 앙증맞은 크기 때문에 마니아를 꽤 얻었다. 이 품종들은 다른 만감류에 비해 이른 12월부터 출하되기 때문에 연말 파티에 어울릴 만한 과일이다. 2월 이후부터는 시중에서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올해 말을 노려보는 게 좋겠다.

3월부터 많이 출하되는 ‘탐나는봉’은 한라봉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으나 더 큼직하다. 한라봉보다 당도도 높고 껍질도 얇아 까기도 쉽다. 오렌지와 귤이 섞인 맛으로 새콤함이 특징인 카라향은 만감류 중 가장 늦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온다.

윈터프린스(왼쪽)와 미래향. 농촌진흥청 제공


만감류 3대장은

10여가지 품종이 활약하고 있는 만감류 시장의 대표 주자는 한라봉(2023년 기준 재배 면적 1525㏊), 천혜향(957㏊), 레드향(906㏊)이다. 재배 기간도 오래됐고 재배 면적도 넓다. 한라봉은 볼록한 꼭지가 한라산 분화구를 닮아서, 천혜향은 향기가 천 리를 간다고 해서, 레드향은 껍질이 붉은 기를 많이 띠어 붙은 상품명이다. 품종명으로 엄밀히 따졌을 때 각기 부지화, 세토카, 감평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상품명으로 널리 통용된다.

달콤한 향으로 첫인상을 만드는 한라봉은 귤만큼이나 익숙한 만감류다. 천혜향은 특유의 산미 있는 향을 가졌고, 레드향은 산미가 낮아 단맛이 더 강하다. 평균적으로 천혜향보다 레드향의 크기가 좀 큰 편이다. 3대장 중 천혜향은 3월 말까지 출하된다. 한라봉도 저장성이 좋아 봄철에도 맛볼 수 있다.

만감류의 대표로 자리 잡은 이 3대장은 일본에서 개발돼 국내에 도입됐다. 이외에 카라향, 진지향, 설국향 등 상당수의 만감류가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신품종을 개발하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윈터프린스, 미래향, 미니향 등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품종이다. 탐나는봉은 국산 감귤 품종 중 처음으로 로열티를 받고 미국 현지에서 재배될 정도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농업진흥청 감귤육종연구실 총괄 이동훈 연구관은 “윈터프린스, 미래향은 레드향이나 황금향 등을 대체하기 위해 보완·개발된 품종”이라며 “농가들의 반응이 좋아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라봉과 모양이 비슷한 탐나는봉. 농촌진흥청 제공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

껍질의 붉은빛 때문에 레드향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번 겨울의 레드향은 그다지 붉은 기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다. 색소 형성에 이상이 생기면서 착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상 고온 현상은 올 초 귤값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과피가 갈라지는 열과(裂果) 현상이 많아 노지 감귤 생산량이 예년보다 20~3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 제주지역에서만 재배됐던 감귤류가 육지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고수익 작물인 만감류를 재배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제주지역과 상품명 사용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례도 있다. 레드향, 천혜향 같은 이름은 제주감귤연합회가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명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는 만감류는 별도의 상품명을 사용하고 있다. 전남 강진에서 생산되는 레드향, 황금향 등 만감류를 통칭한 상품명은 ‘탐진향’, 충북 충주에서 생산되는 레드향은 ‘탄금향’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된다.

감귤은 역시 손으로 까먹는 손맛

공산품 뿐 아니라 만감류같은 과일도 소비자들에겐 ‘이지필’이 주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쉼게 잘 까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피가 얇고 과육과 껍질이 붙어 있는 황금향은 만감류 중에서 껍질 벗기기 어려운 품종으로 꼽힌다. 진지향도 쉽지 않은 편이고, 레드향에 비해 천혜향도 상대적으로 껍질을 까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품종을 개발할 때 맛은 물론이고 재배의 용이성, 쉽게 깔 수 있는지 등도 주요한 고려대상이 된다.

SSG닷컴 우민성 농산팀 부장은 “간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지필’은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면서 “오렌지가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겨울철에 윈터프린스가 많이 판매됐던 것은 맛도 맛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다른 만감류에 비해 까기 쉽다는 특장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지필’(easy peel)도 감귤류를 고르는 주요한 선택기준이 된다. 정지윤 선임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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