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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과거에는 영양소를 볼 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함량 위주로 따졌지만 최근에는 더 세세한 기준까지 본다. 탄수화물에서는 혈당지수나 당의 비율을, 지방에서도 포화지방의 함량까지 보는 게 당연시된다. 그런데 이런 수치들은 식품의 ‘가치’라기보다 ‘특성’이다. 버터에 포화지방이 많다고 해서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용유보다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단백질의 지표는 조금 다르다. 단백질에는 특이하게도 ‘점수’가 있다. 이건 대놓고 ‘좋고 나쁨’의 수치다. 단백질에 점수 매기기가 가능한 이유는 단백질이 몸의 구성성분이고, 20여종의 아미노산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몸에서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쪼개 활용하는데, 몸에서 필요로 하는 비율은 정해져 있다. 결국엔 비율 대비 가장 부족한 아미노산, 소위 ‘제한 아미노산’에 맞춰 쓰이고, 나머지 아미노산은 원래 용도대로는 쓰일 수가 없다. 그러니 단백질은 총 몇g이냐만 중요한 게 아니고 필요한 비율에 얼마나 근사하게 맞아떨어지는지도 중요하다. 즉 단백질 점수는 몸에 잘 흡수되고, 버려지지 않고 잘 쓰였느냐를 보여주는 수치다.

당초 단백질의 품질 지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사료 산업이었다. 사료에서 단백질 원료가 고가이다보니 최소량으로도 가축의 체중을 늘릴 수 있는 배합비를 찾아야 했기 때문인데, 이후 사람이 먹는 식품에도 쓰이게 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생물가(BV)라는 점수로 단백질을 판정했고, 1990년대 이후로는 ‘단백질 소화율 교정 아미노산 점수(PDCAAS)’ 지표가 많이 쓰였다. 2013년부터는 PDCAAS를 변형한 ‘소화 가능 필수 아미노산 점수(DIAAS)’라는 기준도 쓰이고 있다.

질 좋은 단백질은 적은 양으로도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고, 몸에 부담이 되는 노폐물도 덜 생긴다. 못 쓰인 아미노산은 당분 같은 다른 영양소로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독성 노폐물이 생긴다. 이걸 간과 신장에서 처리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관련 질환이 있다면 이 노폐물은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콩팥병 환자들이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하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기준인 PDCAAS, DIAAS에서 질 높은 단백질과 질 낮은 단백질을 찾아보자. DIAAS 1.0 이상은 좋은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식품을 통틀어 단연 가장 높은 건 우유, 유청단백질이다. 우유 단백질은 1.1~1.3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치다. 달걀도 1.0~1.1의 질 좋은 단백질이고, 쇠고기나 닭고기, 돼지고기도 비슷한 수준이다.

식물성 식품은 동물성 식품보다는 점수가 다소 낮다. 여기서의 우등생은 대두(메주콩, 검은콩)인데, 0.9~1.0 사이의 양호한 점수를 보인다. 두부나 두유도 비슷하다. 완두나 강낭콩, 병아리콩, 렌틸콩 등은 0.6~0.8이니까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다. 쌀, 밀가루나 보리, 옥수수 등 곡류 단백질은 0.4~0.5 정도로 아쉽지만 질이 조금 낮아도 우유나 육류, 콩처럼 질 좋은 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부족한 아미노산이 메워지면서 약점이 상쇄되니 크게 문제는 없다.

한편 품질 관련 논란이 있는 것이 최근 관절이나 피부미용 보조제로도 많이 팔리는 콜라겐이다. 식품에서는 돼지껍질, 소 힘줄 등에 들었는데,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이 있으니 논외로 하고, 3가지의 흔한 아미노산으로만 구성되어 비율이 매우 안 좋다. DIAAS에서는 0.02점, 즉 최하 품질의 단백질로 분류한다. 그러니 목적이 있어 콜라겐을 섭취한다면 그걸로 단백질을 채웠다고 여기지 말고 다른 정상적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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