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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씨(48)는 체중이 빠르게 줄고 피로가 심해지는 증상 때문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혈액검사 결과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와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의심됐다. 보다 더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던 김씨는 더 큰 종합병원 진료를 예약해 첫 검사 한 달 뒤 새롭게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갑상선기능저하증에 해당할 정도로 기준치보다 더 낮게 나왔다. 김씨는 불과 한 달 사이에 갑상선 검사 수치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린 것이 의아했으나 의사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갑상선은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여러 기관 중 하나로, 목의 앞쪽 가운데에서 기도 주위를 나비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갑상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하는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에너지 대사를 통해 열을 발생시켜 체온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발달에도 관여한다.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호르몬 분비가 과다하거나 부족해질 수 있다. 과다한 상태가 지속되면 갑상선기능항진증, 부족할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호르몬 과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다한증·손 떨림 증상에 체중 감소
부정맥 등 심장 질환 위험 높아져
약물·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진행

‘호르몬 부족’ 갑상선기능저하증
신체 대사가 느려지고 체중 증가
심혈관 질환 유발…수면장애 등도
검사 후 호르몬제 보충 치료부터


일반적으로는 항진증이나 저하증 가운데 하나만 나타나지만 김씨처럼 양쪽의 증상을 모두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 이상으로 올라가는 원인 중 하나로 갑상선에 생긴 염증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원인이 되는 그레이브스병과는 달리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저절로 떨어진다. 염증 때문에 갑상선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 저장돼 있던 갑상선 호르몬이 흘러나와 한동안 혈중 수치를 올린다. 그 뒤 염증으로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호르몬 수치가 전과는 반대로 더 낮아지는 과정이 진행된다.

갑상선 질환은 이처럼 호르몬의 증감에 따라 항진증과 저하증의 두 얼굴을 보인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신체의 전반적 대사 과정이 느려져 무기력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체중이 증가하고 몸이 붓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사량과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서 두근거림, 다한증, 손 떨림 증상을 보이며 호흡이 가쁘거나 쉽게 짜증이 나고 식사량이 같은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조윤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콜레스테롤 축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도파민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기분장애, 수면장애, 인지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을 높여 부정맥·심부전 등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 뇌졸중 발생 위험도 높인다”고 말했다.

두 질환 중에선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는 인구가 더 많다. 2023년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68만4529명으로 2019년(59만2310명)에 비해 10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는 2023년 26만2197명을 기록했는데, 2019년(26만4579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질환 모두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많이 발병한다.

갑상선 기능에 장애가 있는지 진단하려면 혈액검사와 갑상선 자가항체 측정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갑상선이 부어 있거나 아급성 갑상선염과의 감별이 필요하면 초음파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보다 더 세밀하게 상태를 살피기 위해 갑상선 스캔을 하기도 한다. 특히 가까운 가족이 갑상선 질환을 앓은 이력이 있다면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갑상선 기능 이상이 생길 위험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갑상선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으로는 요오드 성분이 다량 함유된 식품 섭취나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이 있다.

진단 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면 주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반감기가 길어 안정적이고 임신·수유 중에 복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다. 국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중 40% 이상은 3년 이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경우엔 주기적으로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으며 적절한 약물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진단 시 심부전 등 다른 장기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였다면 호르몬 보충 치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조관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할 때 임신을 해도 될지 묻는 분들이 있는데, 갑상선 호르몬제는 임신 중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 매우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다”며 “오히려 임신 중에는 갑상선 호르몬 요구량이 늘어나고 모체의 갑상선 기능이 정상보다 낮을 경우 태아의 뇌 발육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평소 용량보다 더 높여서 복용하게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수술 등이 있다. 국내에선 비교적 안전하고 환자의 부담이 적은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지만 재발이 흔하다는 단점이 있다. 약물치료를 했을 때 심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치료 효과가 떨어지면 보다 더 완치율이 높은 방사성 동위원소나 수술 등 2차 치료를 시도한다. 이 경우 질환이 완치에 가까워지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바뀌는 비율이 높으므로 호르몬 보충이 필요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도 약물치료로 갑상선 기능이 잘 조절되면 임신이 가능한데, 더 안전한 약제로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 조윤영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젊은 환자가 많은데, 바쁜 사회생활 탓에 약을 거르거나 병원 방문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조절되지 않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부정맥, 심부전 등 심뇌혈관 합병증을 1.5~3배까지 증가시키므로, 주기적인 병원 방문과 꾸준한 약제 복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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