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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의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자”고 응수하면서다. 정부도 다음 주 상속세 개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상속세는 태생적으로 두 번에 걸쳐 ‘이중과세’ 논란이 따른다. 일단 돈을 버는 동안 소득세를 냈는데, 남은 재산에 재차 세금을 매긴다는 지적이 있다. 배우자가 내는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이혼하며 재산을 분할할 땐 경제공동체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상속할 때만 세금을 매기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견해가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내는 나라는 24개국, 이중 배우자에게도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 등 12개국이다.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면 세 부담은 확 줄어든다. 세무법인 화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20억원의 자산을 상속하는 경우(배우자 1.5, 자녀 각각 1, 법정 상속비율 적용) 상속세는 현재 기준 약 1억2740만원이다. 만약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배우자가 전액 상속하면 상속세는 0원이 된다. 자산이 30억원이면 상속세도 3억1400만원으로 증가하지만 역시 배우자가 전부 받으면 납부해야 할 세금은 없다.

다만 지금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할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은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해 준다. 배정식 화우 자산관리센터 전무는 “상속은 결국 자녀 세대로 이전이 핵심인데 배우자 상속세만 폐지하면 상속비율대로 물려주는 경우 중산층 가구는 세금 감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소비를 더 많이 한다. 상속세를 줄이려 배우자 상속을 택하는 가구가 늘면 부의 세대 간 이전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남은 부모까지 사망하면 어차피 자녀 세대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이 자녀 공제를 높이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기재부는 현행 1인당 5000만원인 자녀 공제를 5억원으로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안대로 자녀 공제를 5억원으로 높이면 위 가구의 상속세 부담은 170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자녀 공제 확대가 더 시급한 문제”라며 “출산율이 반등에 성공한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호응했지만, 야당 주장대로 이것만 따로 처리하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유산취득세' 도입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상속세는 가족 전체가 물려받는 금액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다. 총합에 매기니 내야 할 상속세도 많다. '유산취득세'는 각각 상속을 받은 금액에 과세하기 때문에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덴마크만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3개국은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한국보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일본(55%)도 유산취득세 방식이라 실제 세 부담은 작다. 정부가 다음 주 유산취득세에 관련한 개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인데 야당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세제 개편이란 중대한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정부가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산세든 유산취득세든 과세방식을 정하고, 그다음 세율과 공제율 등을 다뤄야 하는데 지엽적인 공제 범위만 놓고 여야가 경쟁하듯 발표하는 건 옳지 않다”며 “기왕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란 공감대를 찾았다면 제대로 된 협의체를 만들고 최적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 역시 “상속세율이 높아 현금으로 몰래 증여하는 등의 편법이 만연해 있는데 스웨덴이나 뉴질랜드가 상속세를 폐지한 건 돈이 돌지 않는 문제를 심각하게 봤기 때문”이라며 “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건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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