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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3월 복귀 전제로 3058명 모집으로 되돌려
의대생 "협박말라"…"제시한 해결 과제 무엇도 안돼"
전공의는 ‘무관심’…"재취업해 과거보다 관심 줄어"
27년도 이후 정원 논의할 추계위에 의료계 참여 불확실
정부 정책 오락가락하다 증원마저 포기해 신뢰 상실
이주호 교육부총리(가운데)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지만, 이를 계기로 의-정 갈등이 해소될지는 ‘안갯 속’이다. 갈등의 핵심인 의대생·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교육·수련 현장으로 돌아올지 불투명한 데다, 2027학년도부터의 정원을 두고도 의-정이 다시 부딪칠 수 있다.

의대생 돌아올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의대생 전원 3월 내 복귀’를 조건으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복귀 가능성에 대해 “의료·교육계와 정부가 힘을 합해서 공동 노력을 한다는 큰 취지가 있는만큼 학생들께서도 반드시 돌아오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총장님들께서 건의하신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정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철회되고 입학정원은 당연히 5058명으로 유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의대 학생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은 정부 기대와 달리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의대협은 이날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학생을 협박할 거라면, 교육과 학생을 위한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 "(의대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붕괴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24·25 학번 교육 파행에 대한 해결, 재발 방지를 위한 투명한 보건의료 정책 거버넌스의 수립 등을 함께 해결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며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도 학생들의 복귀를 자신하지 못했다. 비수도권대 사립대 의대 학장은 “학장들 사이에서 정부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정부가 그 마음을 좀 알아주고 복귀 뒤에 요구 사항을 말해도 좋았을텐데 조건부터 내걸고 있으니 (학생들은) 반발심이 들 것”이라며 “학장 입장에서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이지만, 3월 이내 복귀율은 30%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학장은 “학생들은 벌써, 이달 내에 전원 복귀 안하면 철회한다는 방침에 (복귀 않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학장들이 뭘 얘기해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절반은 설득해보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 돌아오지 않아 (내년 의대 모집 인원) 5058명이 되면, 복귀한 학생들도 다시 나갈 것이고, 2024년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공의 복귀도 불투명

사직 전공의들은 정부의 이번 조처에도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애초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26학년도가 아닌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철회 등 ‘7대 요구안’을 복귀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한 지역의사회장은 “이미 2025학년도에 1509명이 증원된 상황에서 2026학년도 증원만 되돌리는 건 전공의들의 요구안과 거리가 멀다”며 “전공의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교수는 “전공의들의 처우나 수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모집인원 동결만으로는)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이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수련병원 복귀 계획을 접은 사직 전공의도 늘었다. 개원가 등에서 일반의로 재취업해 일하는 동안 전문의 취득 대신 새 진로를 찾은 것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의-정 갈등 초반에 비해 (모집인원 조정 같은) 정부의 복귀 유인책에 대해 사직 전공의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며 “(대전협 등 주도로) 다수가 한꺼번에 복귀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나만 먼저 복귀하겠다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 교육부 발표에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의협은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는 조처만으로는 지난해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훼손을 회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입장문에서 “지금 (교육부가) 제시한 내용으로는 ‘의학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협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은 실패한 정책이다. 부당한 정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부) 인사에 대해 문책이 동반된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전공의, 교육과 수업 문제로 고민했을 교수와 의대생들에게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사과한 바 있다.

2027학년도 정원 논의도 ‘가시밭길’

의대생이 3월 안에 복귀해 2026학년도 모집인원이 3058명으로 정해지더라도, 이후의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의-정이 다시 충돌할 여지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6학년도부터의 의대 정원을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의료인력 추계위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6학년도는 시일이 촉박해 각 의대 총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2027학년도부터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추계위에서 의료 수요 대비 적정한 의사인력 규모를 설계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추계위가 출범하더라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가 추계위원을 추천할지 미지수다. 의협은 추계위가 적정 의대 정원을 ‘심의’하는 것을 넘어, 의대 정원에 대한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회 심사 중인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추계위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을 최종 결정하도록 한다.

복지부는 의협 등이 추계위원을 추천하지 않더라도 일정대로 추계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 경우 의사 단체가 ‘정부 독단’으로 의대 증원이 결정된다고 반발하며, 2027학년도 정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재차 번질 수 있다.

‘의료개혁’ 신뢰 잃은 정부

시민사회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로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동력이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한때 ‘증원 철회는 없다’며 강경 대응에 나선 정부가 행정처분 유예, 휴학 승인 등 하나둘 양보하다 증원마저 포기해 정부 신뢰마저 잃게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이번 의료 대란에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비롯한 수조원의 예산을 사용했음에도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며 “(의-정 갈등으로) 의료를 이용하지 못한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피해는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이 모인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도 전날 공동성명에서 “의대증원은 ‘3분 진료,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물론 지역의료 붕괴와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증원 원점 회귀는 그간의 사회적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정치권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의대 증원 외의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의료계의 더 큰 저항에 부딪칠 거라고 내다본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보건경제학)는 “정부가 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사 등) 이해 당사자와 논의는 필요하지만, 최종적인 정책 결정은 국민 건강 관점에서 해야 한다”며 “의사 확충 필요성이 여전함에도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대로) 정책을 되돌리면서, ‘이런 방식(집단 행동)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선례만 남기게 됐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백기’에도 의대생 등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계도 신뢰를 잃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협 사정을 잘 아는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대 증원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최근 늘고 있었지만, 3월까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런 여론이 다시 반전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포석에서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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