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일지 분석
2023년 7월25일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할 것 등을 요구하는 시위 모습.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7일 지난해 강간 피해를 상담한 240명 가운데 피해 경위 확인이 가능한 218명의 상담일지를 분석한 결과, 153명(70.2%)의 사건은 폭행·협박 없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는 경우에만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상당수 피해자가 법적 구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강간, 유사강간 등 강간 피해를 상담한 이들의 성별을 보면 여성은 96.3%(231명)로 대다수였고, 남성은 3.8%(9명)였다. 가해자의 경우 남성이 98.8%(237명)로 대다수였다. 피해가 두 차례 이상 지속됐다고 한 이들은 90명(37.5%)이었다. 강간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즉시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는 통념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피해자 202명(84.2%)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 고소 등 법적 대응을 하길 원했으나, 실제 이런 조처를 한 것으로 확인된 이들은 130명에 그쳤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모든 유형의 강간 피해 상담 내용을 살펴본 결과, 현행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폭행·협박을 인정받기 어려운 피해 상담이 대다수였다”며 “피해자 보호와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없음’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지난해 한국 정부에 “부부 강간을 포함한 모든 강압적 상황을 고려해 합의에 기반하지 않는 모든 성적 행위를 포괄하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 결여를 기반으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