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9월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히잡 집회에서 여성과 남성들이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여성들에게 히잡을 벗으라고 노래한 이란의 한 남성 가수가 매를 맞는 태형을 받았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최근 유명 가수 메흐디 야라히(43)에 대해 74대의 태형과 벌금형을 집행했다.
야라히의 변호사는 야라히가 태형으로 인해 앉거나 등으로 기댈 수 없을 상태라고 설명했다.
태형은 유엔 국제 인권규약이 비인도적 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히 금지한 전근대적 처벌 방식이다.
야라히는 이날 엑스를 통해 “자유를 위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는 자는 자유를 가질 자격이 없다”며 “해방을 기원한다”는 밝혔다.
야라히는 이슬람 사회의 도덕과 관습에 반하는 불법 노래를 발표했다는 혐의로 2023년 8월 체포됐다. 노래를 공개한 지 4일 만이다. 야라히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에서만 노래를 공개했지만 곧바로 체포됐다. 이란 당국은 야라히가 이슬람 사회의 도덕과 규범을 거스르는 불법적인 노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야라히가 노래를 발표한 데에는 2022년 이란을 휩쓴 히잡 시위 영향이 컸다. 이 시위는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확산돼 6개월간 계속됐다.
야라히는 히잡 착용을 거부하고, 머리카락을 드러낸 여성을 찬양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야라히의 노래에는 “히잡을 벗어라. 태양이 가라앉고 있다. 히잡을 벗고 머리카락을 늘어뜨려라”라는 내용의 가사가 포함됐다. 이러한 가사가 담긴 뮤직비디오에는 히잡 없이 머리를 흔드는 여성도 등장한다.
당시 법원은 야라히에게 2년8개월의 징역형과 태형 74대를 선고했지만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징역 1년으로 감형됐다. 이날 야라히는 태형을 받은 뒤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이란의 예술가지원위원회 변호사 메흐디 쿠히안은 야라히의 태형이 “그의 팬들이나 이란 사회의 종교적 계층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였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