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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라고 7일 결정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지 51일 만, 구속기소된 지 40일 만이다. 윤 대통령 측이 구속 취소를 청구한 후로는 31일이 지났다. 검찰이 7일 내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법원, 尹 측 주장 대부분 수용…“尹 구속 사유 소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피고인(윤 대통령)을 구속할 사유가 소멸됐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구속 취소는 법이 정한 피고인 석방 제도 중 하나로, 구속 사유가 없거나 소멸한 때 구속을 취소하는 것이다.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서울서부지법의 판단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구속이 위법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먼저 “기소 전 구속기간이 만료됐다”는 주장에 재판부는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1월 26일 오전 9시 7분쯤인데 기소 시기는 구속기간 만료 시기를 도과한 1월 26일 오후 6시 52분쯤이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은 기소 전 구속기간을 10일로 제한하고, 피의자 심문 시간은 산입하지 않도록 한다.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체포된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 시기는 기본적으로 1월 24일 자정까지였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걸린 33시간 7분을 구속기간에 불산입할 때 ‘일수’(검찰 측)로 넣느냐, ‘분 단위’(윤 대통령 측)로 넣느냐가 쟁점이었다.

7일 오후 4시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삼거리 앞에 모인 지지자들이 태극기 등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고 있다. 박종서 기자
그간 검찰은 “구속 기간을 일수로 계산하는 건 법리상 해석”이라며 피의자 심문 기간 이틀과 체포적부심(10시간 32분) 하루까지 더해 1월 27일 자정이 기간 만료 시기라고 판단, 1월 26일 오후 6시 52분 기소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불산입 시간은 33시간 7분이고 체포적부심은 불산입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검찰이 구속기간을 3일 연장하면서 추가 구속 기간을 38시간 넘게 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체포적부심은 불산입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모두 윤 대통령 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 해석대로 불산입 기간을 일수로 해석할 경우 “수사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실제 시간 이상만큼 구속기간이 늘게 되고, 언제 서류가 접수ㆍ반환되느냐에 따라 구속기간이 달라지는 등의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했다. 또 체포적부심 관련해선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약 9시간 45분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구속기소됐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구속기간 지켰어도 취소 사유…공수처 수사 적법성 의문”
이에 더해 재판부는 “구속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가 됐더라도 구속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이 역시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불법 수사”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 쪽에 선 판단이다.

공수처는 그간 “공수처 수사 범위인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가 내란죄여서 적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관련 범죄’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지 절차 및 직접 관련성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제5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아울러 “공수처가 검찰로 사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누어 사용하고, 윤 대통령 신병을 이전하면서 신병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논리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별도 설명 자료를 통해서도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재규 재심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해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취지로 지난달 19일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1980년 사형이 집행된 지 45년 만,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약 5년 만이었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서부지법 사태도 고려된 듯
이날 재판부가 내린 모든 결론의 배경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피의자)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사법 원칙이 자리 잡았다. 구속 기간이나 공수처 수사 범위 등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 등 선례도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피고인ㆍ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법원 현판을 훼손시켰다. 뉴스1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및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가 벌어지는 등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된 상황이 고려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 측 역시 지난달 20일 구속취소 심문 때 “상급심에서 우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문제가 ‘법원의 불법구금’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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