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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오렌지주스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기후 변화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오렌지주스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오렌지주스가 경쟁업체, 가격 상승, 자연재해 등의 압박을 받으며 수년간 하락세를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한때 ‘오렌지의 땅’으로 불리던 플로리다 오렌지 농장은 역대급 허리케인과 해충 질병으로 황폐해지고 있다. 여기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저당 건강 음료를 선호하고, 수분 공급·비타민·에너지 증가 등 기능성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렌지주스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식음료 트렌드 컨설턴트 카라 닐슨은 “시간이 지나면 아침에 주스를 마셨다는 기억조차 사라질 것”이라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오렌지주스는 먼지 쌓인 기억이 됐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의 글로벌 식품 분석가 멜라니 자노자 바텔메 또한 “한때 오렌지주스를 필수 식료품으로 여겼던 많은 소비자가 지금은 간식으로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는 에너지 드링크나 마차, 보바 음료수 등 새롭고 흥미로운 맛의 음료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표적인 오렌지주스 브랜드 트로피카나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신용시장 분석업체 데트와이어에 따르면, 트로피카나 브랜드 그룹의 매출은 지난 4분기 4% 감소했으며, 이익은 10% 줄었다.

펩시코는 2021년 트로피카나 지분 61%를 프랑스 사모펀드 PAI파트너스에 33억 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펩시코의 CEO 라몬 라구아타는 "건강 간식과 제로칼로리 음료, 소다스트림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며 저당 음료 사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PAI파트너스는 트로피카나에 3,000만 달러(약 433억 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했다. 데트와이어의 신용 조사 책임자 팀 하인스는 “이 대출은 최후의 수단이며, PAI파트너스는 초기 투자에서 남은 가치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분석했다. 아직 트로피카나의 소수 지분을 보유 중인 펩시코 역시 지난 4분기 투자 가치를 1억 3,500만 달러(약 1,950억 원) 하향 조정했다.

오렌지 생산의 중심이었던 플로리다는 최근 자연재해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 허리케인 피해와 감귤병(시트러스 그리닝), 농지 감소가 맞물리며 오렌지 생산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2년 허리케인 ‘이안’, 2024년 허리케인 ‘밀튼’이 플로리다 과수원을 강타하며 오렌지 재배 면적의 70%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감귤나무를 죽게 만들고 품질 낮은 열매를 맺게 하는 시트러스 그리닝이 확산하면서 공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4~2025년 작물은 1,150만 상자로 예상되며, 이는 역대 최저였던 지난 시즌보다도 36% 감소한 수준이다. 1997~1998년 시즌에는 플로리다에서 2억 4,400만 상자가 수확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생산량은 95%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오렌지 생산량 감소에 따라 오렌지주스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16온스(약 453g) 캔 농축 오렌지주스 가격은 2014년 2.73달러(약 4,000원)에서 2025년 1월 4.48달러(약 6,500원)로 올랐다.

소비자들은 오렌지 주스를 점점 외면하고 있다. 민텔이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오렌지 주스를 ‘좋은 가치’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계란 등 다른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오렌지주스의 가격 대비 가치가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저소득층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달러스토어에서 오렌지주스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 기업 NIQ의 식품 인사이트 책임자 크리스 코스타글리는 “달러스토어 고객들이 식료품점, 대형할인매장의 고객보다 오렌지주스를 더 빨리 포기하고 있다”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오렌지주스를 줄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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