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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 인용
“체포적부심 청구·반환 시간 제외하면 안 돼”
내란죄 성립 여부 등에 대해서는 판단 안 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이 내려진 7일 윤 대통령이 구금된 서울구치소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법원이 7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한 것은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 대원칙을 수사 절차에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가 이뤄졌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내란죄 수사권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불법수사를 했다는 주장에는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해 구속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실체적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검찰이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피의자 구속 후 10일 이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를 접수한 날부터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기간에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조사할 수 없어서 조사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검찰은 이를 통상 ‘일’ 단위로 해석해 피의자 구속 및 기소 절차에 반영해왔다. 구속 전 체포된 기간도 구속기간에 포함된다.

그런데 법원은 “수사기관의 구속은 신체의 자유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 즉 늘어나는 구속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피의자에게 불리하므로 이를 엄격하게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늘어나는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할 경우 수사 서류가 법원에 실제 있던 기간보다 구속기간이 더 많이 늘어나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로 인해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보다 장기간 제약되는 모순이 생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윤 대통령이 체포 후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해 검찰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접수됐다가 반환된 시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체포와 구속을 엄연히 구별하고 있고, 그에 대해 각기 법원에 심사를 구하는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역시 별개의 제도”라며 “구속적부심사의 경우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하여 체포적부심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사와 달리 체포적부심사 기간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의해 체포된 지난 1월15일로부터 열흘이 지난 1월24일 자정에다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머물렀던 33시간7분만을 더해 1월26일 오전 9시7분까지는 기소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6시52분이므로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 기소가 이뤄져 구속이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 측은 구속취소를 청구하면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며, 독립된 수사기관인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기간을 임의로 나눠 사용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 신병을 이전하면서도 관계 법령에 따른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 등 관계 법령에 공수처와 검찰 간 구속기간 배분 등에 관한 세부적 사항이나 신병인치 절차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제 막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결국 문재인 정부 당시 부실하게 이뤄져 입법 공백이 발생한 수사권 문제가 윤 대통령 수사·재판에서 또 다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재판부는 추가 설명자료에서 “만약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1심 재판도 맡고 있다. 재판부가 절차적 문제로 사건에 대한 실체적 판단 없이 ‘공소 기각’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검찰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증거 확보부터 수사가 다시 이뤄져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재판부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속취소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했고 국헌 문란 목적과 폭동이 없어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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