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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직접 선동 나설까 우려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 51일 만에 석방된 7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자 시민들은 황당함과 실망감 그리고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시민들은 ‘자유의 몸’이 된 윤 대통령이 극우 세력을 선동해 혼란이 가중될까 우려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수사의 난맥상이 ‘구속 취소’를 불렀다며 수사기관 책임론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 파면 촉구를 위해 집회에 줄곧 참여해왔던 직장인 이아무개(30)씨는 이날 한겨레에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됐다는 속보를 보자마자 너무 황당했다.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속보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사그라들었던 ‘내란성 스트레스’가 급속도로 올라와 머리가 다 아프다”며 “내란 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 또 어떤 일을 꾸밀 줄 알고 풀어주느냐. 하루빨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론을 내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백아무개(30)씨도 “이미 불법적인 계엄을 했던 사람이 그런 짓을 또 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걱정이 든다”며 “구속이 절차와 규정에 의해 집행된다는 건 알지만 지금의 석방은 지지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밤샘 집회를 이룬 염원만큼이나 시민들의 실망감도 컸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 대표 이재정(31)씨는 “윤석열 구속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한강진에서 몇 날 밤을 새우고 고생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풀려나니 당황스러운 마음”이라며 “최근 집회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다시 시민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했다.

집회에 열심히 참여해온 30대 청년 김종만씨도 “사람들이 몇날 며칠 새벽까지 뉴스만 보며 가슴 졸이고 관저 앞에서 시위도 해가면서 잡아넣었는데, 이런 식으로 풀려난다는 게 너무 화난다”며 “이거만큼 큰 광화문 집회 초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곧장 집회 현장으로 나가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시민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문지현(26)씨는 “시민들이 눈 맞고 비 맞고 밖에서 노숙까지 하면서 엄청 어렵게 만들어낸 체포와 구속인데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완전 무시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제 또 다시 한남동 관저 앞에 모여야 할 것 같다. 오늘 당장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옥중 정치’를 이어온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 지지세력에 대한 선동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30대 직장인 차아무개씨는 “이번 구속 취소로 인해 극우들이 더 날뛸까 걱정된다”며 “조만간 헌재에서 탄핵심판 선고도 있는데 이번 구속 취소가 윤 대통령 지지세력의 난동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박아무개(38)씨도 “이미 옥중에서 지지자들한테 선동적 발언을 계속해온 윤 대통령이 극우 집회에 직접 나와 활개를 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제발 조용히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란 수사 초기부터 불거진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난맥상이 윤 대통령 석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최아무개씨는 “내란으로 인해 수개월째 나라가 두 동강 나 엉망인데 수사기관에서 수사권을 가지고 아귀다툼을 하다가 구속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왔다”며 “혼란을 바로잡아야 할 수사기관이 혼란상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정복(28)씨도 “검찰과 공수처가 제대로 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사기관들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그런 사소한 이유가 구속을 취소할 만큼의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대통령 쪽이 지난달 4일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구속취소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될 때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이 법원에 구금상태를 해소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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