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을 준비하며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지 이틀 만에 대상 상품의 절반가량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 달간 제외했다. 예측을 벗어나는 특유의 트럼프식 협상술이지만, 오락가락 정책 탓에 시장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캐나다 외무장관은 “사이코드라마”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시행했지만, 6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 통화 뒤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무역 협정(USMCA)에 포함된 멕시코산 제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셰인바움 대통령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예외를 두기로 했다”며 멕시코 정부가 이민 문제와 펜타닐 밀매 단속에 협력한 점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서도 3국간 무역 협정이 적용되는 품목에 한해 관세를 유예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유예 조치는 다음달 2일까지 유지되며 이후 상호 관세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미에서 생산된 차량 중 3국간 무역 협정의 원산지 규정을 준수한 차량에 한해 한 달간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펜타닐 밀매 단속에서 더 큰 진전을 보인다면, 25% 관세 적용이 4월 2일 이후에도 유예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전격적인 연기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부터 이들 국가에 고율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제 시행 직전 한 달간 연기했다. 한달 뒤인 지난 4일엔 실제로 이를 실행했지만 이틀 만에 3국간 무역협정에 해당하는 품목을 제외해줬다. 그러나 여전히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의 각각 약 62%, 약 50%가 3국간 무역협정에 포함되지 않아 25% 관세 부과 대상이다. 절반가량만 제외해준 뒤 다시 한 달의 시간을 준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원하는 걸 더 내놓으라는 뜻이다. 캐나다 외무장관은 이번 주 초 토론토에서 열린 경제인들과 회담에서 “30일마다 벌어지는 사이코드라마를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있다. 보스턴에 위치한 지더블유앤케이(GW&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전략가 빌 스털링은 로이터통신에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와 관련해 계속해서 반복되는 관세 부과 및 철회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라며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을 때, 기업 경영자들이 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대응은 결정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가 의도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경제 분석가 래리 맥도널드는 최근 ‘관세 정책은 시장 불확실성을 조성해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 및 투자를 줄이게 해 경기 침체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관세 부과는 인플레이션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수요 감소) 효과가 더 크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뜨거워질 때마다 관세로 위협하며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미국 정부가 부채를 더 유리한 조건에서 재조정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관세 위협 과정에서 상대 국가로부터 얻어내는 것은 ‘플러스 알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혼란 탓에 일부 면제 조처를 취했다는 세간의 분석을 부인했다. 그는 “시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나는 시장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로 인해 미국은 매우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803 공장 옥상 위에 텐트 치고…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랭크뉴스 2025.03.08
45802 “사진이 뭐라고…” 울산 찾은 귀한 손님 ‘녹색비둘기’의 수난 랭크뉴스 2025.03.08
45801 "환심사려고"…처음 본 여성들에 위조지폐 준 외국인들 무죄, 왜 랭크뉴스 2025.03.08
45800 만성 B형간염 치료, 간수치 안 높아도 해야 랭크뉴스 2025.03.08
45799 추위 끝나자 '잿빛 하늘'…"올봄 미세먼지 더 심해진다" 왜 랭크뉴스 2025.03.08
45798 트뤼도에 뒤끝?…트럼프 "캐나다 목재·낙농제품에 상호관세"(종합) 랭크뉴스 2025.03.08
45797 이재명 동의로 ‘배우자 상속세 폐지’ 급물살···최상위 1% 절세 혜택 누릴 듯 랭크뉴스 2025.03.08
45796 "돈 빌려 인수 후 빚 떠넘겨"…MBK가 산 기업들 '껍데기'만 남았다 랭크뉴스 2025.03.08
45795 이광재 “윤석열 탄핵 불복할 듯…사과할 기회 놓쳤다” 랭크뉴스 2025.03.08
45794 ‘이것은 풍경사진이 아니다’[신문 1면 사진들] 랭크뉴스 2025.03.08
45793 트럼프 “美 반도체 산업, 대만과 한국이 가져갔다” 랭크뉴스 2025.03.08
45792 검찰, 尹 구속취소 결정에 “계속 여러가지를 검토 중” 랭크뉴스 2025.03.08
45791 트럼프 "美 반도체 사업 대부분 대만이 가져가…약간은 한국에"(종합) 랭크뉴스 2025.03.08
45790 ‘계엄령 옹호’ 독일 공영방송 “저널리즘 기준 충족 못해 영상 삭제” 랭크뉴스 2025.03.08
45789 ‘대치맘’에 왜 열광하나…웃음 뒤에 숨은 교육전쟁의 민낯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3.08
45788 일교차 큰 날씨 계속…남쪽엔 비 소식 랭크뉴스 2025.03.08
45787 [실손 대백과] 보험 재가입하라는데, 어떻게?… 2013년 4월 이후 가입자 필수 랭크뉴스 2025.03.08
45786 법원, 김재규 재심까지 들며 ‘윤석열 구속 취소’ 설명 랭크뉴스 2025.03.08
45785 베일 벗은 ‘북한 첫 조기경보기’…러시아 기술 받았나 [뒷北뉴스] 랭크뉴스 2025.03.08
45784 뉴욕증시, 3대 지수 반등… 연준 의장 낙관론 영향 랭크뉴스 2025.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