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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배식 등 학교 급식 업무 차질
'고강도 노동·처우 열악' 결원 속출
처우 개선은 뒷전, 결원 95% 대체 인력 '땜질'
"조리실무사 25%증원시 연 685억 필요"
지난해 10월 23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조리실무원들이 중화비빔밥 소스를 조리하고 있다. 대구=최주연 기자


“급식실에 배식할 사람이 없어서 30분 가까이 밥 못 먹고 기다렸대요.”
“급식에 밥이 다 떨어져서 반찬이랑 국만 먹고 왔답니다.”


개학 첫날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새 학기 적응기간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급식실서 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질 조리실무사를 구하지 못해 임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학교가 늘면서 손발이 맞지 않아 생긴 문제여서다. ‘알바’로 땜질식 처방할 게 아니라 급식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개학 첫날인 지난 4일 경기도의 한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글. 인터넷 캡처


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등에 따르면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조리실무사 183명을 충원할 계획이었지만 81명밖에 뽑지 못했다. 그마저도 합격자 일부가 신학기 시작 전에 이탈해 최종 77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연중 퇴사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넉넉하게 채용공고를 냈는데, 당장 20여 명이 부족하다”며 “일단 각 학교에서 필요한 만큼 대체인력을 구해 쓰고, 하반기에 자격 기준을 완화해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역시 올해 조리실무사 198명을 공개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적어 163명만 선발했다. 260명을 충원해야 하는 부산에선 모집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40여 명이 미달돼 지난달 교육청 게시판에만 72건의 구인광고를 냈다.

수도권도 다르지 않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은 477명 모집에 359명, 서울시교육청은 392명 모집에 153명만 가까스로 채웠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채용연령 상한 확대, 채용서류 간소화 등 다양한 인력 충원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면서도 “기존 급식 종사자인 40, 50대는 대부분 퇴직했고, 젊은 사람들은 지원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급식 현장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까닭은 일은 고되고 처우는 열악해서다. 2022년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학교 조리실무사 1인당 식수인원은 114.5명으로, 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 11곳의 급식조리사 1인당 식수인원(65.9명) 보다 2배 가량 많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조리흄)이나 각종 소독 약품에 노출돼 폐암 등 질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반면 기본급은 월 206만6,000원으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209만6,279원에도 못 미친다. 공무원인 영양사와 달리 무기계약직(공무직)인 이들은 근무하지 않는 방학 동안에는 급여도 없다.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논의 중인 상시직 전환은 수년째 요원하다. 18년간 조리실무사로 일한 권정란(60) 울산학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취사 소음으로 청력이 나빠져 옆에 동료가 쓰러지는 소리를 못 듣고 일한 적도 있다”며 “조리실무사 열에 여덟은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등 각종 질환을 달고 사는데 방학 때는 수입이 없다보니 아파도 참고 일한다”고 하소연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도 급식소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려는 노력보다 땜질식 처방만 난무하는 것도 문제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미달된 조리실무사 1,714명 가운데 95%(1,622명)는 기간제 등 대체인력으로 충당했다. 경력도 자격증도 필요 없고, 보건증만 있으면 합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급식 종사자는 “학교는 음식이 식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시간과 양을 철저하게 맞춰 준비해야 해, 대체인력을 쓰는 날은 꼭 문제가 생긴다”며 “손발이 맞지 않다보니 사고 위험이 커 기존 인력은 계속 이탈하고 단기 대체인력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전국학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학교 급식 종사자는 숙련된 노동력과 조직력을 요구하는 전문적인 직업”이라며 “저임금·고강도 노동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인력난과 그로 인한 급식 부실 우려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건은 재정이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가 마련한 '학교급식실 인원충원 및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 포럼'에서 적정한 노동 강도를 위해선 조리실무사 인력 25% 증원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연간 685억 원으로 추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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