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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만으로 4대 금융 제친 삼성금융

하지만 여전히 ‘삼성=삼성전자’라는 인식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이건희 회장의 질문에 대한 답은 미확인 상태
그래픽=송영 기자


금융은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DNA를 이식해 금융사업을 제대로 육성해 보자”고 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사업이다. ‘삼성=삼성전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그룹 매출에서도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다. 한때 오너일가의 상속 재원 마련 등으로 금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최근 삼성금융이 달라지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과 ‘격차’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리딩 금융 따돌린 삼성금융

비은행을 앞세운 삼성금융이 국내 금융산업 판도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삼성금융네트웍스)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5조9007억원으로 1년 만에 1조원 넘게 수익이 늘었다.

삼성금융 4개사의 실적은 5대 금융지주를 모두 앞섰다. 금융그룹 1위인 KB금융지주(순이익 5조782억원)를 가뿐히 넘어섰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신한금융지주(4조5175억원), 하나금융지주(3조7388억원), 우리금융지주(3조860억원), NH농협금융지주(2조4537억원)와의 격차는 많게는 3조5000억원 가까이 벌어졌다.

은행 금융그룹들이 역대급 이자 수익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없는’ 삼성금융의 성과가 더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금융계열사는 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증권업계의 주도권을 잡았다. 삼성생명과 화재는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공고히 했고 삼성카드는 10년 만에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삼성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밀리긴 했지만 순이익 기준으로 2위(899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금융지주는 순익이 대부분 은행에서 나오기 때문에 보험, 증권, 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유 있는 실적 홈런

맏형 삼성생명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했다. 지난해 순이익 2조26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보험사업 자체 이익을 나타내는 보험손익(5420억원)은 감소했지만 자산을 굴려서 얻는 투자손익이 크게 늘며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투자손익은 전년 대비 104.6% 증가한 2조2720억원으로 집계됐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을 제외한 일반보험 투자손익이 2023년 -350억원에서 2024년 89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외환거래이익은 5조368억원으로 전년(1조6051억원)보다 213.8% 늘었다. 보유 중인 미국 채권 환율 상승이 영향을 줬다. 안정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한 채권 비중을 54.3%까지 끌어올리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은 3.2%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14% 증가한 2조7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중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보험 손익은 1조8893억원으로 6% 줄었지만 투자손익이 8453억원으로 101% 증가했다.

삼성 계열 보험사들의 실적 오름세는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의 덕도 있다. 장기 보장성 보험은 보험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인 동시에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증가에 효과적이다. 삼성생명 신계약 CSM은 3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수익성이 좋은 건강상품 비중이 전년 대비 21%포인트 증가한 58%를 기록했다. 누적 CSM은 12조9000억원으로 1년간 7000억원 순증했다. 삼성화재의 신계약 CSM은 신상품 출시와 보험법인대리점(GA) 채널 확대로 월평균 2876억원을 달성했다. 누적 CSM은 14조73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711억원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1조 클럽(영업이익)에 복귀했다.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1조1590억원)·키움증권(1조982억원)·메리츠증권(1조548억원)보다 높은 영업이익(1조2057억원)을 달성했다. 해외주식 거래에 따른 수수료(2202억원)가 전년 대비 91% 증가하면서 전체 수수료 수익을 견인했다.

삼성카드(순이익 6646억원)는 경쟁자인 신한카드(5712억원)를 제쳤다. 비용 효율화를 통한 건전성 관리가 빛을 발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이자비용이 5127억원으로 5.5%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한카드의 절반 수준이다. 연체율(1개월 이상)도 1.08%로 신한카드(1.51%)보다 낮았다. 연체율이 높으면 잠재 부실 위험이 더 크다. 대출 등에 대한 손실을 대비하는 대손비용은 각각 6904억원(삼성카드), 9171억원(신한카드)이었다. 삼성카드는 전년보다 4.1% 줄었고 신한카드는 3.8% 늘었다.

◆인사 키워드 ‘삼성생명’, ‘금융경쟁력 TF’

좋은 실적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삼성금융의 분위기를 바꿨다. 반도체 쇼크로 위기설이 불거진 삼성전자 등 여타 계열사는 인사 피바람이 불었지만 삼성금융의 사장단은 삼성카드와 삼성자산운용 대표만 교체됐다.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되레 증가했다.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 5곳 계열사 임원 승진자는 32명으로 전년 대비 3명이 늘었다.

과거 전자계열사 쪽 인사가 금융계열사 사장단에 넘어오는 일은 사실상 사라졌고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를 거친 금융 전문가로 채워졌다는 평가다. 교체설에 무게가 실렸던 삼성자산운용 수장에는 김우석 대표가 발탁됐다. 삼성화재를 거쳐 삼성생명에서 금융경쟁력제고 TF 담당 임원과 자산운용부문장 등을 거쳤다. 자리를 지킨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도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 TF 팀장과 자산운용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계열사 부사장들은 ‘삼성생명’을 거친 인사들로 채워졌다. 삼성생명의 박해관 부사장은 삼성생명에 입사한 이후 한 회사에서만 근무해 온 ‘삼성생명맨’이다. 이종훈 부사장은 삼성화재 출신으로 2023년 삼성생명에서 금융경쟁력제고 TF 담당 임원을 지냈다.

삼성화재의 박민재 부사장은 삼성생명 공채로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삼성생명으로 이동해 전략투자사업부장을 맡았다. 방대원 부사장도 삼성생명에서 시작해 삼성화재 인사팀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삼성증권의 고영동 부사장도 삼성생명에서 금융경쟁력제고 TF 담당 상무직을 맡아왔다.

다만 삼성카드 수장에는 관료 출신을 중용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등을 지낸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3월 취임)은 2016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후 삼성벤처투자 대표 등을 거쳤다. 삼성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관리 능력과 외풍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곳곳에 경제 관료를 등용하고 있다.

돋보기
삼성금융의 험난한 길

이건희 회장은 금융에 대한 기대가 컸다. 취임한 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 국한됐던 금융사업을 증권과 카드로 확대했다. 이후 금융계열사들의 브랜드를 삼성이라는 한 틀에 담으면서 지금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2012년에는 ‘삼성전자식 혁신’을 금융계열사에 이식하려는 시도도 했다. 금융계열사 경영진으로 IT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 출신을 대거 이동시키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카드에는 최치훈 사장이, 삼성생명에는 박근희 사장이 등용된 배경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금융 사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답답해했다는 게 정설이다.

2004년 금융일류화추진팀을 태스크포스(TF)로 출범했고 2015년 말 TF에서 미래전략실 소속 공식직제상 정식 팀으로 편입했다. 삼성의 성공전략이었던 TF는 그러나 금융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류화 TF 위에 그룹 구조조정본부(뒤에는 미래전략실)가 있는 옥상옥 구조로 계열사들의 창의적인 의사결정과 독립경영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마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금융일류화팀도 2017년 뿔뿔이 흩어졌다. 이듬해 삼성생명 내 금융경쟁력제고 TF를 신설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경쟁력제고 TF의 몇 안 되는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모니모’ 역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각개약진을 통해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변방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라는 이건희 회장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미확인 상태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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