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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반 집회 주도 개신교 내 극우 세력
개신교 "극우 다수 아냐... 방관 안 할 것"
연쇄 비판 성명에 '퇴출' 연서명 제안도
"제2 종교개혁 필요한 때... 단절이 답"

편집자주

아는 만큼 보이는 종교의 세계. 한국일보 종교기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생생한 종교 현장과 종교인을 찾아 종교의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독교 세력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규모 동원령을 내린 이들도 현직 목사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광화문 집회를 이끌었고,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의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여의도에서 집회를 했다.

이들이 탄반 집회의 첨병을 자처하는 사이 개신교 내부에서는 이들의 극우 행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교단이 이례적으로 실명을 지목해 공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두 목사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연대 서명에 돌입했다. 한국 교회가 극우 세력의 구심점이 된 극우 세력과 결별할 수 있을까.

"그들은 목사가 아냐" 극우 선동에 교인들 격분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손현보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적 개신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포문을 열었다. 감리회는 지난 1월 21일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전광훈·손현보 목사 등을 향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선봉의 자리에서 역사에 헌신했던 교회는 계엄 정당과 극우 정권의 하수인이 돼 오히려 시민과 맞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신교 단체의 공개 비판이 줄을 이었다. 개신교 내 극우 세력의 극단적 언행을 방관하면 결국 한국 교회 전체가 극우 집단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지면서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정치·사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시국회의는 지난달 20일 '거짓 예언자들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전광훈 등 일부 자칭 기독교인들이 12·3 내란에 동조하며 한국 교회가 조롱받고 심지어 복음의 가치가 훼손당하고 있다"며 "맘몬(하나님과 대적하는 우상·배금주의) 숭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전광훈 등이 한국 교회의 대표자가 아님을 공언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적 선동을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등도 같은 날 '교회와 사회 대전환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고 "교회를 가장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집단을 사회와 교회로부터 퇴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가세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총연합도 지난달 23일 열린 3·1운동 106주년 한국교회 기념 예배에서 "극단적 보수와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가 법리에 따라 숙고해 무엇을 결정하든 존중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 목사 등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헌재 해체 주장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나라 구하자" "애국운동"...과잉 대표된 극우, 왜?

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및 광화문 일대가 대국본 주최 윤석열 대통령 지지집회인 '3·1절 광화문 국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최주연 기자


개신교 내부에서 극우 성향 개신교의 행태 분석도 활발하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인 김진호 목사는 "전 목사는 개신교 내부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극우화된 대중에게 인정받았고, 손 목사는 최근 정치적 이념 전선에 등장했지만 개신교 내에서는 비교적 주류에 속한다"면서 "두 목사가 마치 개신교를 표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신교와 보수가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일부 극우 집단을 대표할 뿐이다"라고 진단했다. 두 목사를 중심으로 기독교 세력이 정치화된 보수 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목사는 "특정 목사의 극우적 발언이 교계 대중에게 전이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이들이 부추긴 혐오가 극우 파시즘으로 변질되거나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등 위험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개신교 내 극우 세력이 과잉 대표되는 현상이 이어지는 데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극우 목사를 따르는 세력들은 하나님과 사탄의 대결 구도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미국의 은사주의 개신교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극우 세력들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신사도주의의 국내 유입 경로와 작동 방식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신사도운동'은 기독교 초기 12사도가 현시대에도 존재한다고 믿는 운동으로 계시와 예언, 체험 등을 중시한다.

"신앙은 분별하는 것... 기독교적 지성 찾아야"

하창완 목사(부산 맑은물교회)가 발표한 '극우화를 경계하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드리는 글' 시국선언문. 하창완 목사 제공


교단 차원에서 특정인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직적인 체계가 없는 개신교의 특성상 목사 개인에 대한 통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개신교 내부 극우 세력에 대해 우려하는 교인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형국·하창완·임진산 목사 등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극우화를 경계하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드리는 글'과 함께 공유된 연서명 운동이 대표적. 전 목사를 향해 "목사를 사칭하고 성도를 선동하는 일을 멈출 것"을, 손 목사가 속한 기독교 고신총회에 "손 목사를 목사직에서 파면하라"고 촉구한 서명에 개인 1,575명, 교회 108개, 단체 22개가 동참하는 등 반향이 작지 않다. 지난달 28일까지 진행한 1차 서명에 이어 진행 중인 2차 서명 참여자는 4,000여 명이다.

서명 운동을 기획한 하창완 부산 맑은물교회 목사는 "그동안 교회 안팎의 잡음과 분열을 염려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행동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뜻을 모았다"며 "특정 단체나 교회가 주도하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음알음 알렸는데 반응이 뜨거운 걸 보면 여전히 기독교적 지성이 살아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개신교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러려면 극단적인 극우 집단과 단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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