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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불투명한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
반재생에너지 기조로 풍력 사업 잇단 취소

국내 에너지 기업의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풍력 사업 등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압박하고, 풍력 배척 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미국 해상풍력 계약을 좌초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가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일본, 한국 등이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길 원하고 있으며, 각각 수조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한국 기업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하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참여와 투자 규모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 관세 등을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UPI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알래스카 최북단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가스관으로 앵커리지 인근 수출터미널까지 수송해 아시아 지역에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가스관 길이만 1287㎞, 초기 예상 사업비는 440억달러(약 6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다. 주요 LNG 수입국인 한·일이 가스전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수입까지 하도록 하는 게 트럼프 정부의 구상이다. 10여년 전 미국 엑손모빌, 영국 BP 등이 참여하며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듯했으나 천연가스 가격 하락과 투자비 부담 등으로 민간 기업이 빠지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현재 국내에서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회사는 LNG 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이노베이션 E&S 정도다. 이 중 천연가스 탐사·개발·생산(업스트림)부터 LNG 생산·운송·터미널 저장(미드스트림), 발전(다운스트림)까지 LNG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 전 과정을 보유한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미 텍사스주 LNG 터미널 운영사 멕시코퍼시픽과 LNG 구매 계약을 맺는 등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고 있어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참여할 유력 업체로 거론된다. 국내에선 광양에서 LNG 수입터미널을 운영하며 트레이딩과 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화석연료, 반(反)재생에너지 기조로 풍력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은 타격을 받았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11월 체결한 미국 해상풍력단지 풍력발전기 구조물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말 계약 상대방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계약이 종료됐다. 정확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380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 해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에 대한 반감으로 미국 풍력 산업이 마비된 여파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구역 임대 중단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인가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국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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