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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군검찰에 “조상현 1경비단장에게 ‘끌어내라’고 말한 이유는 계속되는 대통령님의 직접적인 지시에 순간적으로 면피성 표현이었다”는 자필 진술서를 냈던 사실이 6일 확인됐다. 이 전 사령관은 ‘체포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부하들에게 되풀이 한 것을 두고 “제가 제정신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며 한숨도 쉬었다.



이진우 “尹 반말 안했지만, 그냥 큰 소리 질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사진공동취재단
중앙일보가 확인한 이 전 사령관의 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엔 그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나눈 통화 내용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었다. 이 전 사령관은 “처음엔 윤 대통령이 ‘거기가 어디냐, 어떤 상황이냐’ 물어보셨고 국회 앞에 사람이 많아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씀드리니 ‘알았다’고 끊으셨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전화는 목소리가 달랐다. 화를 내시면서 ‘4명씩 들어가면 1명씩은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냐’고 해서 제가 놀라 ‘네네’하고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문을 부시고라도 데리고 나와라’고 하셔서 제가 대답을 못하고 그냥 끊었다”고 이 전 사령관은 설명했다. 그는 수사팀에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제 생각에는 (윤 대통령이) 수방사령관한테 말했다기 보다는, 그냥 화를 내셨던 것 같다”며 “반말같지는 않은데, 그냥 큰 소리를 지르셨다”고 진술했다.

이 전 사령관은 “제가 계엄 해제 때부터 잘 기억이 안났다. 왜 기억이 잘 안났지 생각해보니 윤 대통령의 통화받고부터 기억이 잘 안 났던 것 같다”며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연속된 전화가 상당한 충격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이 전 사령관은 군검찰에 여러 장의 자필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가 손글씨로 작성한 한 진술서에는 “한밤 중 갑작스런 대통령님의 계엄 선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출동 지시로 국회로 출동하게 됐다. 수도방위사령부의 기본임무가 유사시 서울 내 중요시설에 대한 방호와 시민 보호다”고 적혀있었다. 국회 출동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기 위한 모의‧실행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그가 작성한 또 다른 자필 진술서에는 “현장에서 실제 위협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이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장, 국회협력관, 서울시장과 소통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는 계엄 선포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도 전화가 왔다며 “오 시장이 ‘무슨 상황인가요’라고 물어 ‘저도 상황을 잘 모르고,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확인해 연락드리겠다’고 했다”고 수사팀에 설명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오 시장과 쓰레기 풍선(오물 풍선) 등으로 통합방위 훈련 때 토의를 해보기도 해서 연락하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도 전했다.



김용현 “출동하라, 빨리 출동하라, 국회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이 ‘체포’ 용어를 사용했는지,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는지를 두고는 양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고 반복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군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하라거나 끌어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는데, 사실이냐’는 질의를 받고 “저는 들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 단어가 기억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대통령은 계엄 당시 ‘체포해라’ ‘끌어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 체포의 ‘체’자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기자회견(지난해 12월 19일)을 한 지 이틀 후다.

이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전화를 통해 체포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의에는 “네. 처음에는 기억이 안 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체포란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끄집어내라고 하실 때 ‘체포’ 단어를 언급하신 것 같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는 체포 표현에 대해 “(국회 본회의장 밖으로) 들어내는데 저항하거나 위해를 가하면 체포하라는 지시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이 계엄 당시 자신에게 ‘딱 하나’만 얘기했다는 진술도 남겼다. 그는 “김 전 장관은 ‘출동하라, 빨리 출동하라, 국회로’ 이렇게만 얘기했다”고 검찰에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맘이 급해졌다며 “이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어떤 상황이냐’ 물어봤고 ‘치안‧경계에 병력이 모자라고 혼란스럽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김 전 장관이 국회로 가라고 한 것이구나 깨달았다”고 진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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