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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8년 만에 담보 잡힌 ‘롯데월드타워’
유통·화학 키웠던 롯데… 자금확보 사활
현대차그룹, GBC 105층→54층·3개동
“불확실성 커져… 기업도 내실 기해야”

2011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롯데월드타워(옛 롯데수퍼타워)’의 첫 삽을 뜰 당시 롯데그룹은 기세가 등등했다.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연간 매출 20조원을 넘어섰고, 롯데케미칼은 그 해 1조50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월드타워의 시행사였던 롯데물산은 기초공사를 시작한 날 대대적인 행사를 열고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을 자부했다.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도 완공 후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그룹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이는 초고층 빌딩의 건설 열풍이 위기를 초래한다는 일종의 가설로,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의 건설업계 사례를 분석해서 주장했다. 호황기가 오면 기업들이 초고층 건물을 짓기 시작하지만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 부채가 늘어나거나 경기 불황이 온다는 뜻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롯데물산 제공

롯데월드타워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2017년 개장 당시 값어치는 4조2000억원으로, 여기에는 땅값, 세금, 외부공사, 기부채납까지 포함돼 있다. 롯데물산은 건설비용으로 약 3조8000억원, 교통개선 사업으로 526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착공부터 2017년 4월 개장까지 연간 500만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 파리 에펠탑을 7개나 지을 수 있는 5만톤(t)의 철골이 들어갔다. 콘크리트 사용량은 22만㎥로, 32평형(105㎡) 아파트 3500가구를 조성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와 함께 강풍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내풍 내진 설계방식이나 3일에 한 개 층을 올리는 ‘3일 순환’ 공정기술, 500m 상공까지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콘크리트 압송 기술 등 최첨단 공사기법이 동원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은 구체적인 층수, 지반상태 등에 따라 공사비가 천차만별”이라면서도 “높이가 높아질수록 저층부의 콘크리트 두께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공사비가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건축법상 초고층 빌딩은 높이 200m를 넘거나 50층 이상인 건물을 뜻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이 롯데월드타워를 국내 4개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롯데월드타워의 현 가치로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차원에서 힘을 실어 몸집이 커진 롯데케미칼은 중국산 법용제품의 공급과잉 중동·동남아 국가들의 석유화학 시설 가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23년 실적 악화를 시작으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 2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LCPC) 지분 75%를 매각했고, 미 루이지애나법인(LCLA) 지분 40%와 인도네시아 법인(LCI) 지분을 담보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조달도 추진했다.

롯데그룹의 주축인 유통업 역시 위기를 맞았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현지에 진출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료·제과 등 대부분 사업을 철수했다. 이어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신동빈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경영공백으로 재기할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와 ‘쿠팡’의 등장까지 이어지면서 전통 유통기업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5년 연 매출이 30조원에 달했던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매출이 13조986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롯데월드타워를 추진했던 십수년간 신사업에 집중돼야 할 그룹의 역량이 분산됐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타워 자체가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부른 건 아니지만 단초를 제공했다고는 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GBC 제안 조감도./서울시 제공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될 시점 추진 중이었던 초고층 건물들은 대부분 삽을 뜨지 못했다. 성동구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110층), 인천 송도 인천타워(151층), 상암동 서울라이트빌딩(133층)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100층 안팎의 용산국제업무지구 또한 사업이 가시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구성하기로 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를 대대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당초 지상 105층(561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짓기로 했던 것을 지상 54층(242m 높이) 3개 동으로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안전성 문제와 공사비 급등 등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건설업계에서는 49층을 60층 이상으로 올릴 때 공사비가 최소 25% 더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상징적 마천루’를 기대했던 강남구 일부에서 반발이 나왔지만, 서울시는 공공기여, 세부 설계와 관련해 조속히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가 호황일 때는 기업들이 세를 과시하려는 맥락으로 초고층 빌딩을 짓다 어려움을 겪는 일이 과거에 많았다”면서 “지금처럼 경기 상황의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차그룹도 3개동으로 나누어 짓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현대차그룹도 외세를 과시하는 것보다 내실을 기하겠다는 의미에서 설계를 변경한 것”이라면서 “대기업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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