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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년 전 생활고를 겪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전기나 가스, 수도 요금 체납 등 47가지 위기 징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자체 전담 공무원이 해당 가정을 확인하는 제도인데요.

이 시스템에 포착된 국민은 최근 9개월 동안 95만 명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생계급여 등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3.5%에 불과한데요.

최근 인천의 빌라에서 집에 혼자 있다가 화재로 숨진 고 문하은 양의 가족도 지난해 5차례나 위기가구로 분류됐지만,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 건지,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 문하은 양 가족은 지난해 1월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은 양 아버지가 신장 투석을 받게 됐고 두 달 뒤 일자리까지 잃었습니다.

빌라 임차료와 가스비, 상하수도 요금까지 체납되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포함됐습니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전화 안내를 받았지만, 정부로부터 생계급여는 받지 못했습니다.

하은 양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면서 일정 소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수급 대상이 되는 소득 기준이 높지가 않아요. 근로 능력이 있고 최저 인건비 이상 받으시면..."]

실제로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가구 소득 중간값인 중위소득의 32%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3인 가구의 지난해 소득 기준은 150만 원입니다.

소득이 없어도 자동차 등 재산이 있으면 자격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원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내 통장에 매월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집이 그냥 있다는 이유로 이제 소득이 있는 것처럼 해서 급여가 깎이거나 못 받게 되거나 하는 거거든요."]

전담 공무원이 부족하다 보니 전화나 우편 안내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은 양이 살던 인천 서구의 전담 공무원 한 명은 지난해 발굴 대상자 234명을 맡았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 : "수급 자격이 안 된 대상에 대해서도 필요한 복지 지원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맞춤형으로 안내해 주고 어떤 사후 관리가 좀 어려웠을 수 있을 것 같아요."]

12살 어린 나이에 집에 혼자 있다 참변을 당한 하은 양은 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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