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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해 정도’ 아닌 ‘과실 경중’ 따른 처벌 기준 추진
의료사고심의위 신설해 150일 안에 중과실 판단하기로
시민단체 “12가지 중과실 외에는 전부 면책하나” 반발
의대 캠퍼스에 봄날은 언제쯤 정부와 여당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 이전 규모로 되돌리는 데 의견을 모은 6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가 필수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 동의가 있다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반의사불벌 특례 적용을 검토한다. 또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최장 150일 안에 의료진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당국에 기소 자제 등을 권고토록 함으로써 장기간 수사에 따른 의료진 부담도 줄일 방침이다. 환자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의료사고 책임을 지나치게 완화하고, 피해자 권리가 크게 악화할 위험이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안이 시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논쟁과 진통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을 줄여주는 내용의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의 핵심은 환자·가족과 의료진이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반의사불벌을 폭넓게 인정해 의료진이 기소되는 사례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은 환자가 입은 ‘상해 정도’(사고 결과)에 따라 처벌을 결정하는데 이를 의료진의 ‘과실 경중’(사고 원인)을 따지는 것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될 경우 필수의료 행위 중 사고가 나도 ‘단순 과실’로 인정받으면 의료진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

정부는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필수의료 행위에 한해 반의사불벌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토론회에서 정부안을 설명하면서 “의료사고의 결과가 아닌 원인 중심으로 형사 기소체계를 전환하자고 한 만큼 사망도 반의사불벌을 적용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다만 강 과장은 “이 부분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등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료진 과실의 경중은 의사·법조인·환자단체 등으로 구성될 의료사고심의위에서 결정한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환자가 의료사고로 의사를 고소하면 검찰·경찰은 30일 이내에 의료사고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심의위는 먼저 의사가 한 행위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 따진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 과실이 ‘중과실’인지 ‘단순 과실’인지를 최대 150일 안에 판단한다. 만약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단순 과실로 결론이 나면 수사기관에 기소 자제를 권고하고 수사기관은 이를 존중하도록 법에 명시된다. 강 과장은 “의료사고심의위에서 해당 의료사고가 필수의료 행위이면서 의료진의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형사기소보다는 민사적 해결을 하도록 수사당국에 권고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공적 배상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개설자는 기관 내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에서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게 된다. 또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을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고 중증·응급, 중증 소아 진료 등 다른 분야로의 보상 확대도 검토한다.

환자단체는 정부안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단순 과실로 치료 중에 사망을 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정부 발표대로면 12가지 중과실 외엔 전부 단순 과실로 면책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중과실로 ‘진료기록·폐쇄회로(CC)TV 영상 위·변조’ ‘의료분쟁조정 참여 거부’ ‘무면허 의료행위·불법대리수술 등’ 12가지만을 명시했다. 정부안대로라면 이 12가지 중과실 외엔 의료진이 모두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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