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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전투기 폭탄 8발 마을에 오발
2명 중상·13명 경상... 생명에는 지장 없어
성당과 가옥 등 부서지고 창문들 깨져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에 공군 전투기가 오발한 폭탄 8발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주민 제공


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 전투기가 폭탄 8발을 떨어뜨린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는 순식간에 초토화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폭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마을 전체가 흔들리며 주택들 지붕과 내부가 무너져 내렸다. 도로 바닥에는 폭탄이 떨어진 흔적과 어지렵게 흩어진 파편들이 폭발의 충격을 짐작게 했다. 당시 충격파는 1㎞ 떨어진 곳까지 전달됐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6~7㎞ 거리에 승진과학화훈련장이 있고 매년 3월이면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탓에 전투기 소음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주민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소리가 많이 달랐다" "이런 굉음은 처음"이라며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 노곡2리에는 민간인 180가구 400여 명, 군인 210가구 9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쯤 노곡리 낭유대교 인근 모부대 종교시설인 성당 인근에 폭탄 8발이 오발사된 사실을 인정했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 A(60)씨는 목에 파편을 맞아 병원에서 3시간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A씨는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나지 않는다. 깨어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동승자인 B(66)씨는 어깨 골절상을 입어 국군수도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됐다.

A씨 가족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군무원인 형님이 팀원들이랑 현장에 가려고 차를 끌고 나오는 순간 폭탄이 투하된 것"이라며 "어떻게 전투기가 한 대도 아니고 두 대가 멀쩡한 동네 한복판에 좌표를 찍고 8발을 쏟아부을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상을 입고 포천 우리병원으로 이송된 미얀마인 C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의식을 잃고 깨어나 보니 왼쪽 어깨가 찢어져 있었다"고 폭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외에도 60대 남성은 고막이 파열됐으며, 70대 여성은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오폭으로 중상 2명, 경상 13명 등 모두 1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도 상당해 성당 한 채와 주택 5채,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 차량 1대 등이 파손됐고 100m 정도 떨어진 노곡2리마을회관 인근 주택들의 창문도 다수 깨졌다.

6일 오전 공군 전투기 폭탄 8발이 떨어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의 민가 지붕이 파손돼 있다. 주민 제공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 파손된 주택을 보며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김명순(72)씨는 "1층 쇼파에 앉아 TV를 보는데 이상한 쇳소리에 이어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거실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며 "동시에 건물이 들썩이고 전기도 잠시 끊겼다 다시 들어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너무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성당 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김석영(70)씨도 "매년 훈련하는 걸 봤지만 (전투기가) 이렇게 낮게 날았던 적은 없었다"며 "굉음도 이런 굉음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폭탄이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너무 무섭다"면서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스트레스는 물론 공포심이 커졌다"고 했다.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에 떨어진 폭탄으로 인해 집 안 내부가 무너져 내렸다. 주민 제공


포천시는 군 폭탄 오발사고 재난상황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정부와 군 당국에 훈련 전면 중단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기도는 오폭 피해로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30가구 주민들에 대해 콘도 등 별도의 주거공간을 제공했다. 부상자들에 대해선 긴급 생활 안정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정부와 군 당국은 이 시간 이후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며 "더 이상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노곡리 일대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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