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20여명이 6일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에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김남명 기자
[서울경제]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본사 앞을 항의 방문해 기업회생(법정관리)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20여명은 6일 오전 11시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등의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후 혼란스러워진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다. 이날 노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홈플러스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되었고 홈플러스로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중단했다”면서 “법인카드가 사용 중지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으며 직원들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퇴직금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 사냥꾼 사모펀드 MBK에 의해 홈플러스가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했다”면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고 규탄했다. 이어 “MBK는 홈플러스를 죽이는 그 어떤 구조조정의 시도도 해선 안 된다”며 “최고 부자인 김병주 MBK 회장은 양심이 있으면 자산을 출원해서라도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기업회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등의 피해를 우려했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전 직원들이 이전과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있지만, 회생 절차 과정에서 채권단이 인력 감축 등을 요청할 경우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MBK는 채권단과 협상에서 부채 일부를 탕감시키거나 상환 일정을 조정하려 들 것”이라며 “인력 감축, 임대료 조정, 점포폐점 등 악랄한 구조조정을 시도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힘들다면 함께 견뎌야 한다'며 버텼는데 우리의 헌신은 배신으로 돌아왔다”며 “현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폐점이나 정리해고로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직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들 또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MBK가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회생시키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이미 일부 협력사들에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전자기기·식자재 등의 납품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가 많다”면서 “직원들은 홈플러스 매장 내 작은 테넌트 공간이 비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데, 이제는 매장 내 매대 자체가 빌까봐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키자, 홈플러스”, “책임져라, MBK” 등의 구호를 외치며 MBK 책임자와 면담을 요구했으나 MBK 측은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