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자기 정치 하려 한다 생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 기념 북 콘서트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해 불편해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특검)법 추진에 불만이 있었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종종 언급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최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강 실장이 밝힌 윤 대통령의 평소 말과 생각에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강 실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한 전 대표가 지난해 순직해병에 대한 특검법 발의, 특별감찰관·제2부속실 추진을 밝힌 데 대한 윤 대통령 반응’을 묻는 검사 질문에 “기분이 안 좋으셨다”고 답했다. 강 실장은 “한 전 대표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편해하신 것은, 한 전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았다”며 “순직해병 사건은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의문을 보이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의지를 보이자, 그가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 의혹 최정점에 서 있는 윤 대통령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불편해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비상계엄 당시 최우선 체포 대상자에 포함됐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야당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계속 주장해 왔고, 24년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가 더 심화되면서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 예산안 전액 삭감, 여사 등에 대한 위헌적인 특검 등으로 (윤 대통령이) 힘들어했다”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해 “‘이게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이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반국가세력, 종북좌파라고 지칭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네. 반국가세력, 종북좌파라는 말을 가끔 하시기는 했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께서 가끔 그냥 부정선거에 대해 말씀하셨다”며 “부정선거 의혹, 사전투표 의혹이 있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께서 가끔 제게 ‘유튜브 뭐가 재밌더라’ 이런 말씀을 하시기는 했다”고도 밝혔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상시 보좌하는 인물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윤 대통령과 처음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당시 대검 중수부다. 윤 대통령은 2019년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강 실장을 비서관으로 불렀고, 대통령에 취임하자 부속실장에 앉혔다. 역대 대통령들은 가장 신임하는 최측근을 부속실장으로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