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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 의사당에서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 뒤)과 마이크 존슨(왼쪽 뒤)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의 의회 연설 중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UPI 연합뉴스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 위해 의회에 들어서자 공화당 의원들이 외쳤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고 회의장의 절반은 환호했다. 연설 시작부터 끝까지 박수에 인색했던 나머지 절반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양당의 의석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호응하고 야유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았지만, 서로를 향한 멸시와 비하는 비할 수 없이 노골적이었다.

그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항의의 목소리를 낸 민주당 의원의 퇴장에서 엿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겐 권한이 없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1월 대선 승리 자랑에 민주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낼 즈음이었다. 공화당 쪽에서는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아유 소리를 덮었고, 잠시 연설을 멈추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트럼프 대통령은 ‘너 나가’라는 손짓을 하며 다시 자랑을 이어갔다. 그린 의원이 손에 쥔 지팡이를 흔들며 큰 소리를 멈추지 않자, 결국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경위를 시켜 그를 회의장 밖으로 내보냈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불만을 쏟아내 ‘소란’을 일으키는 야당 의원들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의원을 장외로 쫓아내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미국 언론은 짚었다. 그린 의원은 앞서 같은 당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의회 연설 때도 이의를 제기했던 인물이다.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듣고 있던 니디아 벨라즈퀘즈 민주당 하원의원이 ‘머스크가 훔친다”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민주당으로 갈음되는 정치적 반대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증오’가 말과 몸짓에 고스란히 드러난 점도 예사롭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을 가리키며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이고, 일어서지 않을 것이고, 결코 이 천문학적인 업적에도 환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간엔 민주당 의원들에게 손짓하며 이 나라 사법제도가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들”에 장악됐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을 경멸적 어조로 대하고 자신의 선거 승리를 자랑하면서 자신이 기소를 피할 수 있었다고 그들을 조롱하고 바이든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항의도 다채로웠다.

일부 의원들은 흰색으로 “저항하라”(RESIST)고 새긴 검은 색 티셔츠를 입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보였고, 한 의원은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는 팻말을 들었다가 공화당 의원에게 빼앗겼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머스크가 훔친다”고 쓴 검은 손팻말을, 몇몇은 “거짓말”이라는 팻말을 들었다. 한 의원은 아예 화이트보드를 들고 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시간으로 반응을 적어 들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연설 도중 자리를 떴고, 오르카시오 코르테스(AOC) 의원처럼 아예 연설을 보이콧한 이들도 있었다. 이날 민주당의 공식 반대 연설에 나선 미시건의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은 “미국은 변화를 원”하지만 “책임감 있는 방식”과 “막 나가는”(reckless) 방식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소개를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운데)가 환호하는 의원들에게 호응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이날도 ‘후광’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는 이걸 하지 않았어도 된다. 굉장히 고맙다”고 거듭 추켜세웠다. 민주당 쪽을 가리키며 “이쪽도 동의하는 일”이라고 하자 화면은 휴대폰을 보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을 비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언급하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향해 “이제 문제가 생기면 누구를 비난해야 할지 알게 됐다”거나, 루비오 장관이 만장일치로 인준된 점을 꼬집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농담 속 ‘진의’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끊일 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공화당조차 잠시 멈칫하는 순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면서 미국을 건국한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두번째”라고 말하자 장내는 민주당 의원들의 웃음과 공화당 의원들의 애매한 박수로 채워졌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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