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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2부장

사업가의 호언장담은 많은 경우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기업 대표가 사업과 관련해 임직원이나 투자자에게 “아무 문제 없다”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면, 일단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호언장담은 대부분 ‘믿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100% 확실한 일은 없다는 게 인류사의 오랜 교훈이지만.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도 기업가의 호언장담이 등장했다. 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이 나이에 사고 칠 것이 뭐가 있겠나요. 미디어에 노출된 1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이날 백 대표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제 없다’로 응수했다. 백 대표가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가 흥행 대성공을 거둔 직후라서 더 그랬을까. 백 대표의 자신감은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더본코리아는 일반 청약 경쟁률 770대 1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상장됐고, 상장 당일 공모가(3만4000원)를 크게 웃도는 5만1400원에 장을 마쳤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최대주주로 배당금 약 17억6000만원을 받게 됐다.

백 대표의 언어를 곱씹어보니 다소 어폐가 보인다. 사고를 치는 것과 나이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기업가가 자신감의 일부를 연륜에 기대어 풀어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몸이 덜 자란 어린아이가 자주 넘어지거나, 마음이 덜 자란 청소년이 미성숙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나이가 사고와 무슨 상관이랴. 그러나 이런 말을 한 것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 오너리스크가 생기지 않게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방송인 백종원’의 언어로 화끈하게 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백 대표는 10년 동안 정말 아무 문제 없이 경영을 해 왔을까. 이 말에는 오류가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계속된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연돈볼카츠 점주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엔 백 대표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일도 있었다. 더본코리아 상장 이후에는 ‘빽햄 논란’과 ‘감귤맥주 함량 논란’이 이어졌다. 돼지고기 함량 대비 비싼 햄을 판매하고, 프리미엄 맥주에 들어간 감귤 함량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비판이었다. 여기까지는 더본코리아라는 기업이 처한 이슈다.

이제 백 대표의 리스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백석공장이 농지전용 허가 없이 창고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백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이 예산고교 급식소를 임야로 등록된 땅에서 운영했다며 농지법·산지관리법·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오너리스크는 사실상 발동됐다.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더본코리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장한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더본코리아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최저가인 2만9400원을 기록했고, 장중 2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백 대표가 리스크를 키운 측면도 있다. 여러 논란이 있을 때마다 더본코리아 회사 차원의 입장 대신 백 대표의 입으로 해명이 나오면서다. 유튜브에 출연해 ‘별일 아니다’라는 식으로 무마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해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 대표이사의 책임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기업가 백종원은 언제까지 방송인 백종원의 언어로 경영을 할 것인가. 그가 이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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