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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직접 발표하던 비봉이 방류, 논란 되자 백서는 '슬그머니'
국내 해양동물 수의사 3명과 해외 전문가와 백서 분석해보니
방류를 앞두고 훈련을 받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등지느러미에 8번을 새긴 비봉이의 몸이 말라 있다.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의 방류 내용이 담긴 '
제주 남방큰돌고래 해양방류 백서
'가
올해 1월 말
슬그머니 발간된 것이 확인됐다.
비봉이를 방류한 지 2년 3개월 만
이다. 뒤늦게 발간된 백서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봉이 방류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비봉이 죽음에 대한 인정도, 반성도 없다
고 비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는 그동안 방류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결과를 백서를 통해 대신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방류 시 대대적 홍보를 했던 것과 달리
발간을 세 차례 이상 미뤄오다
지난 1월 22일 해양환경정보포털 홈페이지에 백서를 조용히 공개했다. 한국일보의 취재가 들어가자 뒤늦게 자문했던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백서 발간을 이메일로 알렸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후
국내 수족관에서 약 17년간 돌고래 쇼에 동원
되다 48일 동안 야생훈련기간을 마치고 2022년 10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방사됐다. 당시에도 준비되지 않은 방류라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됐지만 강행됐다. 이후 위치추적장치(GPS)에 한번도 수신되지 않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비봉이가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하고 해수부에 실패 인정과 책임 규명을 촉구해 왔다.

한국일보는
국내 해양동물 수의사 3명과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
에게 백서에 게재된 비봉이 혈액 검사 결과와 야생 적응 훈련 일지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제한된 정보로 분석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백서를 통해 비봉이의 방류 결정 근거를 알 수 없다는 공통된 의견
을 냈다. 또 방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훈련일지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누락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퍼시픽리솜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던 모습. 서귀포=연합뉴스


비봉이 방류 주요 일지.


백서에는
비봉이 방류 관련 기본적인 정보가 제대로 포함돼 있지 않았다
. 비봉이의 야생 적응 훈련 일지 등 관련 정보는 태풍으로 인해 가두리 훈련장에서 퍼시픽리솜 수족관으로 긴급 이송되기 하루 전인
2022년 8월 30일까지만 작성
돼 있다. 정작 10월 16일 방류되기 전까지 중요한 자료가 누락된 것이다. 내용 역시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한 수의사는 "행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아닌 행동에 대한 기술 위주로만 적혀 있어 이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더욱이 방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체중도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았다
. 백서에는 8월 30일 가두리 이송 전 175㎏에서 145㎏으로 30㎏ 줄었고, 방류 한달 전인 9월 16일
방류협의체(해수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
와 기술위원회의 영상 회의 기록에는 134㎏으로 약 17% 줄었다고만 돼 있지 언제 측정한 수치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또 수족관에서 가두리로 재이송(9월 27일) 시 체중을 측정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정작 백서에는 찾을 수 없었고 이후에도 확인 불가였다. 해수부는 당시 언론에 20㎏가량 체중이 감소한 상태에서 방류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와 동물 단체는 방류 당시
비봉이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육안으로 갈비뼈가 보일 만큼 마른 상태라고 지적
하기도 했다.

재이송된 수족관에서 비봉이의 모습. 수족관에서 가두리로, 다시 수족관으로 이송하는 것 자체가 비봉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그나마
제한된 정보도 비봉이의 방류 과정이 되레 허술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류 전 마지막 기록인 9월 16일 훈련성과 및 현재 상태 진단 결과를 보면
①체중 감소
뿐 아니라
②먹이 섭취량도 수족관(일평균 7~8㎏)에서보다 적은 5~7kg 활어
를 먹고 있었고
③사람에 대한 친밀감
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
는 "체중이 17%나 줄었고, 먹이 섭취량도 줄었는데 어떤 근거로 건강하다고 판단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혈액검사 결과에서 비봉이의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징후
가 있음에도
추가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아쉬움
을 드러냈다. 그는 "비봉이를 수족관에서 가두리로 이동시킬 때, 또 태풍으로 인해 수족관으로 재이송할 때 혈액검사 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서에 나온 자료만 가지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마지막 가두리로 나갈 당시 백혈구 수치가 늘고, 적혈구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족관에서 근무했던
송승빈 수의사
도 "증상을 숨기는 데 능통한 해양 포유류인 만큼 체중 감소와 같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을 때 임상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관여가 이뤄지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방류 평가 결과 등 근거도 제시되지 않아

2022년 9월 27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가두리에서 수족관으로 재이송될 당시 비봉이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방류협의체 내부에서도 당시 비봉이 상태가 방류하기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상황에 밀려 방류가 진행된 정황
도 드러났다. 기술위원회는 방류 나흘 전인 10월 12일 방류 적합성 평가를 실시하고, 비봉이가 방류 가능한 상태라고 최종 판정했다고 했지만
정작 방류 평가 결과 등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 퍼시픽리솜으로 비봉이를 다시 옮기는 것이 비봉이 건강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도 마찬가지였다.

백서에는 또 "
퍼시피리솜이 내부 사육시설을 이미 폐쇄
해 비봉이 보호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 거론돼 있다. 나아가 "방류협의체 위원 중 일부는 비봉이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 사람에 대한 친밀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해 방류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보류하고, 방류협의체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돼 있는 점도
비봉이가 방류되기에 최적의 상태가 아니었음
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백서는 방류 전까지 비봉이 체중이 줄고, 사람과의 친밀감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반면 기술위원회가 건강상 문제가 없고 야생생태계 적응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류 전 비봉이(왼쪽 사진) 모습과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오른쪽). 로즈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포획 계획 없는 방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나오미 로즈 제공


방류가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 수의사는 "야생 무리와 조우하고, 간헐적으로 접촉시키는 것 이상 추가적이고 장기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며 "전반적으로
방류 과정이 성급히 추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나오미 로즈
는 "(백서에 나온) 제한된 정보로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방류 당시에도 해당 결정은 성급했고, 비봉이가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이 같은 의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즈는 이어 "방류 당시 비봉이는
매우 말라 보였다
"며 "돌고래는 충분히 건강하고, 이상적인 체중일 때만 방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내 인정되지 않은 비봉이의 죽음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주동물권행동 NOW 등 8개 동물단체는 비봉이가 방류된 지 1년이 되던 2023년 10월 1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 실패 인정과 책임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했다. 동물단체 제공


해수부는
비봉이의 죽음도 인정하지 않았다
. "고래연구소가 지난해부터 남방큰돌고래 정기조사를 통해 비봉이를 탐색했고,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고만 돼 있다.

백서 내 자료 불충분에 대해 해수부 측은
자료 관리 책임을 맡은 김병엽 제주대 교수로부터 이외 추가 자료가 없음을 확인
했다고 밝혔다. 해수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야생 적응 훈련 일지가 없었다고 해도 훈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하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동일한 자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분석이 다를 수 있다"며 "기술위원회는 혈액검사가 정상 범위에 있고 체중 감소는 운동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판단,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의견을 종합해 방류가 적합하다고 결론 지었다"고 덧붙였다.

2022년 10월 16일 제주 앞바다 방류 직후 비봉이의 마지막 모습. 비봉이는 한참을 떠 있으며 두리번거리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났다. 돌핀맨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는 "백서에 공개된 자료로 본다면 방류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비봉이를 내보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특히 자료 누락 등에 관해서는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는 "비봉이를 방류하는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
백서에 담았어야 할 내용
은 옳은 결정이었다는 결론이 아니라 앞으로 이 자료들이
갇힌 동물과, 이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인간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이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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