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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반인데 첫 손님이네요.”

지난 4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A씨는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가팔라진 서울 집값 상승세에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공)이라고요? 완전히 다른 세상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A씨의 사무소가 위치한 곳은 이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다. 정부가 지난해 8·8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여름동안 ‘반짝’ 매매가 늘었다가 대출 한도를 조이는 규제를 시작한 9월 이후로 문의가 뚝 끊겼다.

이른바 ‘오쏘공’에 서울의 일부 아파트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25개 자치구 155만가구(임대아파트 제외)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3억8289만원(부동산R114)으로 역대 최고가를 뛰어넘었다. 서울시가 강남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래 강남3구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이 가팔랐고, 마포·용산·성동 지역까지 상승세가 퍼지는 중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가격의 ‘대세 상승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지난 4일 서울 중랑구의 아파트 공사현장. 2029년 입주를 목표로 지난 12월 분양을 시작했으나 아직 완판되지 않았다. 최미랑 기자


하지만 같은 서울에서도 ‘비인기 지역’ 반응은 싸늘했다. 치솟는 공사비에 분양가가 너무 올라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도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매수 문의는커녕 단순한 상담 문의도 끊겼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날 기자가 찾은 중랑구의 옛 상봉터미널 부지에선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대형 건설사의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진행한 분양에서 대형 평수 위주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인근 지역에 사무소를 둔 공인중개사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그 높은 분양가에 소형 평수 완판도 놀라운 일이었다”며 “앞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을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 C씨도 “당장 돈이 없는데 누가 어떻게 집을 사요. 가계 빚이 머리 꼭대기까지 찼는데 정부도 대출을 더 안 내줄 텐데”라고 되물었다.

수도권으로 시야를 넓히면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같은 날 찾은 인천 서구 검단 사거리역 일대는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진 인천 서구 검단 지역의 공인중개사 D씨는 “허허벌판에 리조트 도시를 짓겠다며 신도시보다 높은 분양가를 매겼으니 결국 미분양 사태가 난 것”이라며 “동네 전체가 도시개발구역으로 묶였는데 미분양으로 추가 개발이 지지부진하니 인근이 다 황폐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인천 서구 검단 사거리역 근처, 준공 후 미분양이 지속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 일대가 황량하다. 김지혜 기자


이 지역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한가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 E씨는 “실거래는커녕 문의조차 전혀 없다”고 했다. 경기가 좋을 때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준공 후에도 아파트가 팔리지 않은 것이다.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국토교통부 1월 주택통계)에 이른다. 이 가운데 27.1%(1만9748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 주택도 4446호에 달한다.

반면 검단 안에서도 서울과 연결되는 교통망이 갖춰진 신도시 지역엔 약간의 기대감이 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 F씨는 “하반기 내내 잠잠하다가 토허제 해제 얘기가 나온 1월부터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며 “2월부터는 실제 매매도 이뤄져 서울 집값 상승 영향을 미미하게나마 체감한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강남 민심 잡으려다 전국 민심 도망간다’, ‘집값 급등하면 정권교체는 공식이다’ 등이다. 강남을 제외한 지역은 부동산 침체기로 이제 부양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시점인데 ‘오쏘공’ 영향으로 도리어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5일 “국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경기 침체가 예상돼 주택 구매자들이이 ‘확실한 곳’을 찾는 경향이 심화된다”며 “토허제 해제로 가격이 상승한 강남권 지역이 ‘안전 자산화’하며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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