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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막내딸 집터'와 함께 헌재 내 유적·천연기념물 안전 비상
'서부지법 폭동'에 경계 강화…국가유산청 "내부 통로 통제 검토 중"


헌법재판소 내 600살 넘은 국내 최고령 백송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건물 뒤에 위치한 백송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6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유적과 천연기념물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6일 헌법재판소와 국가유산청,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안에 자리한 '영조가 막내딸에게 준 집의 터'와 '조선시대 중국을 드나드는 사신이 심은 600살 넘은 백송'의 보호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서부지법에서 지지자들이 담을 넘어 정문, 유리창을 파손하고 청사 외벽을 뜯는 등 폭동을 일으킨 바 있어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영조 막내딸 집터, 괜찮을까?"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5일 헌법재판소 앞 '능성위궁 터'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2025.3.6


조선 21대 왕 영조가 막내딸 화길옹주에게 선사한 집터인 능성위궁 터는 안국역에서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길 왼편에 있다.

능성위궁은 화길옹주가 1765년 능성위(綾城尉·왕의 사위에게 내려지는 위호) 구민화와 혼인할 때 영조가 하사한 것이다.

능성위궁 터는 2016년 헌법재판소 증축 과정에서 발견됐다. 건물 6동의 유구(구조·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비롯해 백자 조각, 분청사기, 기와 조각 등도 함께 발굴됐다. 기단부와 온돌 초석 등이 잘 남아있어 조선 후기 상류층 가옥 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간이 흐르며 구한말 개화파 지식인 민영익의 집, 군국기무를 총괄하는 통리기무아문 등이 설치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발견 당시 이현혜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 위원장은 "지난 200여년간 능성위궁을 거쳐 정치인의 집, 관청, 학교 등 다양한 용도로 변했다"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헌법재판소 증축 대지서 나온 영조 막내딸 집터 유적
(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청사 증축 대지에서 조선 영조의 막내딸이 시집간 뒤 살았던 집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나왔다. 18세기 후반에 조성된 집터 유적은 옛 지도나 사료 등으로 미뤄 영조와 숙의 문씨 사이에서 태어난 화길옹주(1754∼1772)가 1765년 능성위(綾城尉) 구민화와 혼례를 올리자 영조가 하사한 능성위궁으로 보인다고 지난 2016년 6월 28일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사진은 온돌시설 전경.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6


헌재는 청사 증축 당시 능성위궁 터가 있는 부지까지 도서관을 지으려 했지만,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이 발견된 만큼 이곳을 전시 공간으로 마련했다.

능성위궁 터를 공개공지와 바로 연결해 가림막 혹은 입장 절차 없이 누구나 길을 걸어가며 쉽게 유적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헌재 부지에 있지만 사실상 헌재 청사 밖에 있다고 봐야한다.

지난 5일 오후 능성위궁 터를 찾아가 보니 경찰이 세워놓은 펜스와 차벽으로 평상시보다 능성위궁 터에 접근이 어려워진 모습이었다.

곳곳에 경찰이 서 있었고 출입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은 펜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조선시대 유적 옆에서 담배피우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옆에 위치한 '능성위궁 터' 인근에 흡연자들이 모여있다. 2025.3.6


다만 여전히 펜스를 사이에 두고 유적과 인도가 맞닿아있었고, 뒤편으로 이어진 계단은 곧장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으로 연결돼 접근을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였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골목인 까닭에 펜스 앞은 '금연구역'이라는 안내표지가 무색하게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흡연구역'이 되기도 했다.

유적 앞에서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펜스 앞에서 시위 중이던 한 남성과 담배를 피우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급히 나서 제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능성위궁 터 관리주체인 헌재 관계자는 "청사 전체 방호 계획에 능성위궁 터도 포함이 되어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2016년 헌법재판소 증축 대지서 나온 영조 막내딸 집터 유적
(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청사 증축 대지에서 조선 영조의 막내딸이 시집간 뒤 살았던 집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나왔다. 18세기 후반에 조성된 집터 유적은 옛 지도나 사료 등으로 미뤄 영조와 숙의 문씨 사이에서 태어난 화길옹주(1754∼1772)가 1765년 능성위(綾城尉) 구민화와 혼례를 올리자 영조가 하사한 능성위궁으로 보인다고 2016년 6월 28일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사진은 온돌시설 전경.[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6


헌재 안으로 들어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정식명칭: 서울 재동 백송)도 있다. 나무껍질이 넓은 조각으로 벗겨지며 흰빛을 띠는 소나무다.

백송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소나무다. 조선시대에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가져다 심은 것으로, 600살이 넘은 국내 최고령 백송이다.

백송은 헌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헌재를 거쳐 간 많은 재판관들이 백송을 바라보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상징이 된 백송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그러한 백송도 안심할 수 없다.

헌재는 청사 증축 당시 시민들이 헌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능성위궁 터뿐 아니라 헌재 앞 정원과 백송 주변 산책로 등을 개방하고 청사를 둘러싼 담장을 제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평소에는 산책로를 따라 백송 근처까지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백송 옆에는 조만간 탄핵 선고가 이뤄질 대심판정으로 향하는 청사 입구가 위치한다.

다만 현재는 정문에서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해 일반인 접근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백송은 헌재 건물 후면의 주변보다 높은 지대에 있고, 주변이 석축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일시에 접근해 훼손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고 날) 백송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 2개를 출입할 수 없도록 종로구청, 헌재와 협의하며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유적 앞에 쌓인 '탄핵 기각' 탄원서 상자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5일 헌법재판소 부지 내 '능성위궁 터' 앞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두고 간 탄핵기각 탄원서 상자들이 놓여있다. 20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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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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