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미 FTA 체결…2012년 3월 발효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 0.79%…더 낮아질 것
"사실관계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하겠다"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 0.79%…더 낮아질 것
"사실관계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 뉴시스
"한국이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우리나라에 상호관세 부과를 시사하며 한 말이다. 확인 결과, 이는 왜곡이었다.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0%대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로 양국 간 물건을 사고팔 때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미국산 수입품 중 98.4%에, 미국에선 한국산 수입품 99.4%에 무관세다. 그나마 자국 내 보호가 필요한 품목에 대해선 일부 관세를 부과하는데, 이를 감안해도 한국이 지난해 미국 수입품에 부과한 평균 관세율(실효관세율)은 0.79%에 그친다. 내년 1월 1일부터 쇠고기, 견과류 등 127개 품목에도 관세를 없애기로 하는 등 관세 품목도 줄어들어 2031년엔 대미 수입품 99.7%에 관세가 없다.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 있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4배 높은 관세'는 최혜국 대우(MFN) 실행세율로 보인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최혜국 대우 실행세율은 지난해 기준 한국이 13.4%로 미국(3.3%)보다 약 4배다. 최혜국 대우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국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나라에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예컨대 한 회원국이 A, B, C국가의 수입품에 관세율을 각각 5%, 10%, 15%를 적용하기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세 국가 수입품에 모두 가장 낮은 관세율(5%)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적용하는 세율일 뿐, 0%대인 한미 FTA 협정세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면 왜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내 보호무역 기조를 강조하는 자국 내 정치용 발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의회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일 거라는 의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 원인을 자국의 무너진 제조업 경쟁력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고 있다"며 "이 주장 역시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갖는 무역 불균형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미 한국대사관과 다양한 통상 채널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할 계획"이라며 "양국 간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