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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마지막 공연을 앞둔 가수 이미자(가운데)가 후배 조항조(왼쪽), 주현미와 함께 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그는 “트로트 아닌 전통가요라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 공연이 마지막입니다. 든든한 후배들 덕에 ‘전통가요가 대를 이어 빛날 수 있겠구나’ 하며 마음 놓고 마무리합니다. 아무 여한 없이 떠납니다.”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84)는 5일 서울 상암동 한 호텔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이하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별 무대를 시사했다. 그는 4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맥을 이음’ 콘서트를 끝으로 “새로운 공연을 열 계획이 없으며, 취입(새 음반 발매)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도 참석했다. 이미자는 “전통가요의 맥을 대물림할 후배를 고르고 골랐다”고 둘을 소개했다. 주현미와 조항조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둘 외에도 TV조선 ‘미스 트롯3’ 우승자 정서주와 앞으로 나올 ‘미스터 트롯3’ 우승자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날 이미자는 ‘은퇴’란 말은 거부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보니 단을 내리는 것(은퇴 선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라는 말은 싫다”면서 “만약 내가 조언해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마련된다면, 방송이나 신문에서 후배들을 위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 않나”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1960년대 아픈 한국역사를 위로하는 목소리로 사랑받았다.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로’ 등 2500곡이 넘는 노래를 냈다. 2023년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65주년엔 자신이 없어서 조용히 지냈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았고, 전통가요의 맥이 끊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가 생겼습니다. 66년 가수 인생 동안 가장 행복한 자리입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일제시대 설움, 해방의 기쁨을 채 누리기 전에 겪은 전쟁의 설움을 극복하는데 우리 가요의 역할이 컸다”고 애정을 내비쳤다. 또 자신을 ‘전통가요 가수’로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트로트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트로트는 붐이 있지만, 전통가요라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역사”라면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먹여 살리기 위해 월남으로 독일로 다니셨던 어머니, 아버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노래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렇게 국민적 정서를 대변하며 노래해 왔지만, 팝 음악에 밀려 소외감을 느꼈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자는 “‘동백 아가씨’가 대히트를 쳤음에도 한때 질 낮은 노래로 분류됐다. 서구풍 노래에 밀려, 전통가요를 하는 사람들은 하류층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66년을 노래한 이유로 “파월 장병 위문도 하러 갔고, 독일 위문 공연도 하면서 긍지를 느꼈다.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 전통가요를 지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대에 서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공연을 앞둔 소감으로는 “영원한 기념으로 남을 것 같다. 30주년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면서 금지곡이었던 ‘동백 아가씨’(1987년 해금)를 불렀던 것이 기억난다. 이후 5년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 공연을 가져왔는데, 마지막을 같은 곳에서 맞이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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