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기업이 ‘46파이(지름 46㎜)’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먹구름과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중국발 물량 공세 등에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주력 제품으로 일제히 46파이 배터리를 내세웠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는 기존 원통형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특히, 테슬라·BMW 등이 차세대 전기차에 46파이 배터리 규격 도입을 공식화하며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LG에너지 솔루션이 공개한 ‘원통형 46시리즈(지름 46㎜) 배터리’의 모습.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배터리보다 출력 치를 5배 이상 높인 46시리즈 셀 라인업을 이날 최초로 공개했다. 삼성SDI도 이번 행사에서 차세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전격 공개했다. 삼성SDI는 이달 중 양산도 시작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해 이미 샘플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박기수 SK온 R&D 본부장은 “(46파이 배터리의) 개발은 완료됐고 시장에서 표준화된 사이즈로 폼팩터(형태)를 다양하게 개발해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배터리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도 공개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동남아 등으로 뻗어가는 가운데, 미국에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보조금 수입 통로이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우리는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IP)을 보유했다”라며 “특히 46시리즈 제품, 리튬인산철(LFP), 셀투팩(CTP) 등 제품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배터리 산업의 숙제는 ‘버티기’다. 정경환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배터리 업계가 얼마나 유연하게, 비용효율적으로 대응할 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2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캐즘을 견디고 시장 반등 시점에 대비 중이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전기차 생산은 줄고 있지만,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힘입어 (올해 출하량 목표를)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인터배터리는 총 688개 업체가 참여해 2330개의 부스를 운영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정부는 트럼프 2.0·캐즘·공급망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배터리 산업 성장세 회복을 위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노유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