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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여행] ‘만개의 밭이랑’ 만경강 따라 풍요로운 전북 김제 여행
만경강 물길을 가로질러 전북 김제와 군산을 연결하는 새만금 남북도로의 랜드마크인 ‘비대칭 역 아치형’ 만경대교 위로 해가 저물고 있다. 붉은 기운 속 황금빛 태양이 초승달 안에 안긴 듯한 모습이 ‘해를 품은 달’이다.

전북 김제는 드넓은 평야 지대를 품은 풍요의 고장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그 풍요를 가져다주는 물줄기 가운데 하나가 ‘만개의 밭이랑’이란 뜻에서 이름 붙은 만경강(萬頃江)이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 아래에 있는 밤샘(진틀)에서 발원해 완주군·전주시·익산시·김제시·군산시 등 전북 북부 지역을 동에서 서로 흐른 뒤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서해로 유입되는 ‘전북의 젖줄’이다.

전북 군산시·부안군·김제시에 걸쳐 있는 ‘새만금(萬金)’은 김제(金堤)·만경(萬頃) 평야를 ‘金萬평야'로 일컬어 왔던 ‘금만’이라는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말이다. 길이 33.9㎞ 방조제로 조성된 새만금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409㎢다. 이곳에 내부 간선도로망의 동서 중심축인 신항만과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총연장 20.4㎞의 왕복 4차로인 ‘동서도로’가 2020년 뚫린 데 이어 이와 십자(+)로 교차하는 27.1㎞ 규모의 ‘남북도로’가 2023년 개통됐다.

남북도로에는 랜드마크인 새만금 만경대교가 이색적이다. 역(逆) 아치 형태(넓은 U자 모양)로 수면 위에 떠 있는 초승달 모양으로 디자인돼 있다. 더구나 대교 위에 솟은 리버스 아치의 양 끝 높이가 서로 다르다. 비행기 고도 제한선에 맞춘 ‘비대칭 리버스 아치교’다. 왕복 8차선 대교에 진입하면 높이 72m 구조물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이곳의 일몰 풍경도 장관이다. 붉은 기운을 뿜는 금빛 태양이 초승달 안에 안긴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그야말로 ‘해를 품은 달’이다.

백합 생산지로 북적이다 조용하게 남은 심포항.

다리에서 만경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심포항이 나온다. 방조제가 들어서기 전 만경강 하구에서 유입되는 퇴적물이 축적되면서 백합의 주 생산지였던 곳이다. 당시 조개구이집이 즐비했다고 한다. 방조제 조성으로 백합은 사라지면서 조용한 항구로 남아 있다. 잔잔한 강물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의 흔들림과 반영이 멋진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인근 진봉산에는 김제의 들녘, 새만금의 풍경과 심포항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360도로 탁 트인 곳에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다. 바로 앞 두곡서원은 정몽주, 강원기, 함부림의 충절과 덕행을 추모하는 곳이다. 흥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2년에 훼철됐다가 1970년에 복원됐다.

보행자를 위한 벤치 등을 갖춘 새창이 다리.

상류로 더 올라가면 청하대교를 지나 또 하나의 ‘만경대교’를 만난다. 그 바로 옆에는 구 만경대교인 ‘새창이다리’가 있다. 사창이다리, 새챙이다리라고도 불린다. 군산시 대야면과 김제시 청하면을 연결한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김제평야에서 거둬들인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새창이다리는 길이 800m, 폭 3.5m 규모다. 6·25전쟁의 폭격으로 인해 일부 보완됐지만 원형을 거의 간직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다리가 노후화돼 1988년 바로 옆에 만경대교(총연장 600m, 폭 10m)가 개통되면서 현재 차량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다리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오색찬란한 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만경대교 밑에는 1978년 6월 30일 지방 인사들의 발의로 ‘춘우정투수순절추모비(春雨亭投水殉節追慕碑)’가 세워져 있다. 군산형무소로 이감되던 중 물속에 뛰어든 항일지사 춘우정 김영상 선생을 기리는 비석이다.

인근 만경읍에서는 만경지(능제저수지)를 만난다. 만경읍사무소에서 익산 방향으로 3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김제평야의 농업 관개용 중심 저수지다. 동국여지승람의 만경현조에도 능제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래됐다. 당초 주변 구릉지의 물을 가두는 재래지였으나 1930년 확장 공사를 한 뒤 운암호의 물을 받아 저장하는 저수지가 됐다.

구름다리 건너 섬에 마린리조트를 갖춘 능제.

저수지 주변에 생태공원과 산책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도 우뚝하다. 태극기와 독립운동가를 형상화해 2014년 11월 준공됐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지평선마린리조트다. 교육과 시험까지 병행할 수 있는 곳이며 전북에서 유일하게 조정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메모
평야·물줄기·노을… 만경강낙조전망대
비타민·무기질 풍부한 고단백 ‘백합’

자가용을 이용해 김제에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 나들목이나 서김제 나들목이 편하다. 고속도로처럼 뚫린 새만금의 도로는 모두 무료다. 전망대와 주차장도 곳곳에 조성돼 있다. 주변 군산이나 부안으로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김제에는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있는 곳이 여럿 있다. 만경읍 화포리의 만경낙조전망대가 인기다. 탁 트인 평야와 유장하게 흐르는 만경강 물줄기, 지평선 너머로 지는 금빛 노을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맞이할 수 있다.

김제의 저수지로 고대 수리시설인 ‘벽골제’를 빼놓을 수 없다. 벽골(碧骨)은 ‘벼의 고장’이란 뜻으로 김제의 옛 이름이다. 백제 비류왕 27년인 330년에 면적 37㎢(1120만 평) 규모로 축조됐다. 연인원 32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부들의 짚신에서 털어낸 흙이 쌓여 산을 이뤘다는 신털미산도 있다.

김제의 먹거리로는 백합이 유명하다. 생합으로 불리는 백합은 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한 고단백·저열량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지평선 쌀은 단백질과 아밀로스 함량이 높아 밥을 지으면 윤기가 많이 흐른다. 김제에서 키운 한우는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기로 정평 나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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