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반발
법원 인용땐 다른 기업 투자 제동
법원 인용땐 다른 기업 투자 제동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 경기 용인시 남사읍 일대 전경.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에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환경단체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36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기환경운동연합과 기후솔루션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의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용인시와 삼성전자가 합작해 2030년 조기가동을 목표로 6개의 반도체 생산시설(Fab)을 건설하는 초대형 국가 전략사업이다. 토지공사가 부지를 조성하고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728만㎡에 달하는 부지에 발전소 3기와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60여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민관이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문제는 환경단체 반발이다. 기후솔루션은 산업단지 가동에 필요한 추가 전력(10GW) 공급 계획이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3GW 용량의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LNG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 대기오염 물질이 인근 주민의 건강권을 해치고 이런 식의 전력 공급 계획이 지속되면 2035년까지 최대 462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기후솔루션이 행정소송에서 밝힌 주요 요구사항은 용인 산업단지 계획 승인 취소, LNG 발전 기반 전력 공급 계획 재검토, 삼성전자의 RE100 달성 계획 공개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에 대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이 환경단체 주장을 인용할 경우 다른 반도체 기업의 산업단지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당장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기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415만㎡ 부지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는 사업으로 인허가를 받아내는 데만 6년이 걸렸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기오염 문제를 고려하면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산업단지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에너지를 이런 수단으로 조달할 방법이 없다”며 “전력 공급을 석탄으로 할 것인지 LNG로 할 것인지 일부라도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할 것인지는 반도체 섹터 종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