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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디시(D.C.)의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선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직접적인 조처들이 언급됐다.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에 견줘 4배 높다는 ‘엄포’는 다음달 초부터 부과될 상호관세 대상에 우리나라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지원법 폐지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대미 투자에 나섰던 국내 반도체 기업에 악재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과 조선업 부흥 등을 위해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시사했다. 에너지·조선업 협력이 미국의 통상 압박 수위를 낮출 협상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 더 높다”고 말했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한 관세만큼 동일한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가 한국을 콕 집은 만큼 우리나라도 4월2일부터 부과될 상호관세 가시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한-미 무역 거래는 2012년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약 98%의 상품이 무관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산업 보조금, 환율 등의 영향을 포괄적으로 계산해 상호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반도체법 폐지’ 카드도 재차 거론하며 압박을 더해갔다. 기업에 모두 527억달러를 지원해 미국 내 공장을 유치하는 반도체법 대신, 관세를 무기로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끔찍한 것”이라며 최근 1천억달러를 미국에 추가 투자하기로 한 대만 반도체 업체 티에스엠시(TSMC) 사례를 들었다. 다만, 의회에서 반도체법 폐지가 통과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발언이 이미 계약으로 확정된 보조금까지 겨냥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를 마치기 전에 지난해 주요 기업과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도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면 각각 46억4500만달러, 4억5800만달러를 받기로 확정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은) 정부와 기업 간에 맺은 계약”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추가로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협상 카드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전세계 조선 누적 수주 점유율은 중국 71%, 한국 17%, 일본 5%였으며, 미국은 0.1%에 그쳤다. 미국 내 과거 400여개에 달했던 조선소는 현재 21개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은 조선업을 바탕으로 해군 전력을 강화하면서, 미국(219척)을 능가하는 함정 수(234척)로 미국의 바다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단기간에 역량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조선업 경쟁력이 앞선 한국과의 협력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 군함 유지·보수·정비(MRO)와 신규 건조,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및 쇄빙선 수주 등과 관련해 미국 쪽에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가스관 사업 투자와 관련해서도 ‘한국 참여’를 언급했다. 정부는 신중히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우리가 안 되는 사업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 등을 검토한 이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부터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을 늘리는 것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바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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