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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5일 붙어 있는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를 개최한 양측과 충돌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재학생들이 읽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회관 매점 앞에는 과잠을 입은 중국인 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중국어로 대화하며 메뉴를 골랐다. 학생들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은 캠퍼스 내 강의동이나 휴게공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선 5일 본관 키오스크에서 재학증명서를 뽑거나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대화하던 이들에게 최근 중국인 유학생 사이 분위기를 묻자 표정이 굳어졌다. “한국 정치 관심 없어요. 선거도 몰라요. 그냥 공부하러 온 거예요.”

탄핵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중국인 혐오와 가짜뉴스 유포가 세를 키워가면서 새학기를 맞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특히 대학가에서 탄핵반대 집회가 이어지자 학교마저도 중국 혐오(혐중) 정서가 커질까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었다.

지난 4일 이화여대에서 만난 유학생 A씨는 최근 학교 정문 쪽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이대 정문에서 열렸던 반탄집회 당시 당시 유튜버 등 집회 참가자들은 학생들에게 ‘너 중국인이지’ ‘간첩이 곳곳에 있다’ 같은 혐오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해 이화여대에 입학했다는 A씨는 “지금까진 학교에서 중국인에 대해 욕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제 학교 안에서도 ‘중국인 나가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될까 무섭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나 접했던 있던 혐중 정서는 탄핵 국면 이후 캠퍼스 내에서 가시화됐다. 이날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탄핵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학생 12명이 실명을 밝히고 게시한 글에는 ‘중국인 부정선거 개입설’ ‘중국인 간첩설’ 등이 담겼다. 연세대 3학년인 중국인 유학생 백모씨는 “어떤 중국인이 간첩이라는 건지 증거도 대지 않는다. 무슨 일만 생기면 중국인에게 뭐라고 하던 일들이 올해 들어서 더 심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학생들도 불편한 마음을 토로한다. 연세대 4학년 김모씨는 “최근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탄핵반대 시위에서도 중국 혐오가 가감없이 나왔다. 이젠 앞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을까 우려된다”며 “학교 망신 나라 망신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짜뉴스에 상처받는 일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에 편입한 중국인 황모씨는 ‘중국인 입시 특혜’ 의혹을 들어봤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다른 외국인 학생들처럼 한국어능력시험과 아이엘츠를 모두 치르고 들어왔다”며 “외국인 전형이 한국 수능보다 쉬울 순 있지만 중국 전용 전형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4월 기준 7만2000여명으로, 대학·대학원에 진학한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많았다. 서울 한양대(5727명), 경희대(5262명), 중앙대(3581명) 등 주요 대학에선 이미 중국인 학부생·석사생이 3000명을 넘어섰다. 청주대(1347명), 호남대(1474명), 우송대(1180명) 등 비수도권 대학도 중국인 유학생을 다수 유치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부족이 맞물려 대학의 유학생 유치가 치열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성년자인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중국인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불안이 감지된다. 부모들은 어린 아이들이 혐중 정서에 노출될까 하는 우려가 크다. 지난달 28일 인천에 사는 중국인 이모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녀의 두 귀를 막으며 “학교가서 나쁜 말 들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학교에서 중국어 병음(발음기호)으로 아이 이름을 불러 중국인인 게 티라도 나면 아이가 또래들한테 놀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족들이 입학 앞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숨이 늘었다”고 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내는 중국인 B씨도 최근 뉴스를 볼수록 걱정이 늘었다고 했다. B씨는 “작년에는 아이가 중국인이라고 놀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혹시 분위기가 다를까 우려된다”며 “아이가 혹시라도 ‘짱깨’ 같은 표현을 듣고 상처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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