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실수로 종량제 봉투에 돈다발 버려” 신고
직원 7명 쓰레기 더미 헤쳐 1828만원 발견
세종시 게시판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감사함”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 소각장에서 쓰레기처리 업체 직원들이 한 시민이 실수로 버린 현금 2600만원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고 있다. 세종시 제공

“어떡해요. 아들 병원비로 모아둔 2600만원을 쓰레기장에 버렸어요.”

지난 24일 아침 9시께 세종시 자원순환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받은 강현구 주무관은 “전날 실수로 돈다발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 걸 이제서야 알았다”는 시민 ㄱ(60대)씨의 다급한 목소리에 곧장 ㄱ씨 아파트로 달려갔다. 계획도시인 세종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은 아파트마다 크린넷이란 배출 시설을 통해 쓰레기를 처리한다. 각 아파트에 설치된 크린넷 시설을 통해 배출된 쓰레기는 지하에 하수도처럼 뚫린 관로를 거쳐 거점 집하장으로 모이게 된다. 집하장 쪽에서 진공청소기처럼 크린넷의 쓰레기들을 빨아들여 한데 모은 쓰레기를 차에 실어 소각장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부랴부랴 도착한 강 주무관이 ㄱ씨 아파트에 도착했을 땐 이미 크린넷 기계 안이 텅 빈 상태였다. 전날 버려진 쓰레기는 이미 집하장을 떠나 소각장으로 옮겨진 뒤였다. 조치원 소각장으로 향하는 강 주무관의 마음은 무거웠다. 누구보다 세종시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레기처리장에 쌓인 24t의 쓰레기는 진공 압력으로 집하되는 과정에서 봉투가 찢겨 어디서 누가 버린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뭉쳐진 상태였다. 처리장으로 달려온 ㄱ씨도 그 모습을 보곤 아연실색하며 병원비 찾기를 포기했다.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아들 수술비로 쓰려 모은 돈”이라는 ㄱ씨의 사연에 세종시 크린넷 시설과 쓰레기처리 업무를 위탁 운영하는 업체의 직원 7명은 쓰레기 더미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 소각장에서 쓰레기처리 업체 직원들이 한 시민이 실수로 버린 현금 2600만원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 찍힌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 세종시 제공

“찾았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지만 한 직원이 쓰레기들 틈에서 5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발견하며 소리쳤다. 그 순간 바로 옆의 다른 직원 눈에도 만원짜리 지폐 서너장이 보였다. 그날 정오부터 시작한 쓰레기 더미 속 돈 찾기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세종시와 쓰레기처리 업체 직원들은 6시간 동안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로 1828만원을 찾아냈다. 나머지 현금은 결국 찾지 못했다.

이틀 뒤 ㄱ씨는 세종시 민원 게시판에 공개로 감사 글을 올렸다. ㄱ씨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압축된 상태에서 돈을 찾기는 큰 무리였다. 자포자기했는데 쓰레기처리 업체 쪽에서 조치원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풀고 찾아보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날따라 어찌나 바람이 불고 춥던지”라며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만 나왔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한한 감사함에 심장이 찡했다”고 썼다.

강현구 주무관은 답글을 통해 “남겨주신 말씀은 고생해준 모든 분께 전해드렸고, 별것 아닌 일인데도 이렇게 칭찬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왔다”며 “어렵게 찾은 병원비가 소중히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449 [속보]법원,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즉시 석방 예상 랭크뉴스 2025.03.07
45448 “미분양 쓰나미” 4년 만에 미분양 18배 증가한 ‘이곳’ 랭크뉴스 2025.03.07
45447 국방부 "오폭 부상자 총 29명, 민간인 15명·군인 14명...이명이나 두통 등도 추가 접수돼" 랭크뉴스 2025.03.07
45446 설상가상 머스크…스타십 실패에 테슬라 판매 급락 [글로벌 왓] 랭크뉴스 2025.03.07
45445 검은 정장 입은 뉴진스…"겪은 일 다 말했다" 법정 직접 출석 랭크뉴스 2025.03.07
45444 소방은 1분, 합참은 20분 뒤 '오폭' 파악…소방보다 늦은 軍 랭크뉴스 2025.03.07
45443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 둘러싼 갈등···“동생들이 문서 위조” 랭크뉴스 2025.03.07
45442 [단독] “급한 불 껐다” 홈플러스, LG전자 등 공급 재개 합의 [시그널] 랭크뉴스 2025.03.07
45441 경찰, '대마 구입 미수' 이철규 의원 며느리도 입건‥공범 여부 조사 랭크뉴스 2025.03.07
45440 국방부, 전투기 오폭 사고 부상자 “민간인 15명, 군인 14명 등 29명” 랭크뉴스 2025.03.07
45439 '쿡쿡' 갑자기 아픈 허리, 디스크인 줄 알고 병원 갔더니… 랭크뉴스 2025.03.07
45438 백설공주는 하얀 피부여야 하나요?…예고편은 싫어요 100만 개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5.03.07
45437 아일릿, 뉴진스 ‘하니’에 90도 인사… “‘무시해’ 몰아간 건 민희진” 랭크뉴스 2025.03.07
45436 ‘조선업·관세’ 어떻게?…한-미 안보라인 첫 대면, 성과는?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3.07
45435 ‘대마 구매 시도’ 이철규 아들, 범행 당시 아내도 렌터카 동승 랭크뉴스 2025.03.07
45434 이철규 며느리도 대마 의혹 피의자 입건…범행 당시 차 동승 랭크뉴스 2025.03.07
45433 박은정 "명태균 의혹 분산 수사, 검찰의 대선 판 흔들기" 랭크뉴스 2025.03.07
45432 평택 미분양 6000가구 돌파, 또 관리지역 지정...수도권은 진정세 랭크뉴스 2025.03.07
45431 트럼프의 ‘사이코 드라마’…오락가락 멕시코·캐나다 관세로 시장 혼란 랭크뉴스 2025.03.07
45430 "아빠찬스 10명, 징계 마땅찮다"던 선관위, 논란되자 "수사의뢰" 랭크뉴스 202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