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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x빠띠, 데이터톤 행사
과학적 자료 통해 산양 서식지 보호, 개선 활동 나서
폭설로 고립된 채 나뭇가지를 뜯고 있는 산양. 지난해 겨울을 전후해 1,000마리가 넘는 산양이 죽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살아있는 산양을 직접 보고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난달 22일
시민과 주민 20여 명
은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화천, 양구 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을 돌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의 흔적
을 쫓았다. 지난해 겨울, 폭설과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차단 울타리에 막혀 산양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산양 서식지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재작년 11월부터 작년 5월까지 당국에 폐사 신고된 산양은 1,022마리에 달해 전체 개체의 절반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모임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와 진행하는 '천연기념물 산양, 함께 살기 데이터톤' 행사의 일환이다. 데이터톤이란 데이터(자료)와 해커톤(팀을 이뤄 마라톤을 하듯 긴 시간 동안 논의하고 결론을 내는 회의)의 합성어로 일정 시간 동안 주제 관련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결과물을 함께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시민들이 지난달 22일 강원 양구와 화천, 설악산국립공원 일대에서 산양 모니터링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산양 데이터톤은 시민들이
산양의 흔적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위험 요인을 기록
하는 한편
주민들과 인터뷰
를 진행하고, 이를 빠띠가 만든 온라인 공론장에 공유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시민들은 첫날 험준한 살길과 가파른 바위틈을 오르내리며 산양 흔적 찾기에 나섰다. 이날 만난 산양은 절벽 위 두 마리와 엄마와 새끼 두 마리 등 총 네 마리였다. 산양은 워낙 예민해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또
눈 속에 파묻혀 뼈만 남은 산양 사체를 발견
하기도 했다. 현장 방문에 이어 위치추적장치(GPS) 자료와 현장 사진, 과거 연구 자료 등을 활용해 산양의 서식지를 분석하는 방법도 배웠다.

지난달 22일 절벽 위에서 만난 산양. 박종무씨 제공


'천연기념물 산양, 함께 살기 데이터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ASF울타리 철거를 외치고 있다. 박종무씨 제공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주민들은
산양의 안타까운 상황에는 공감하면서도 농작물 피해로 인한 우려
도 전했다. 하지만 산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호진 인제천리길 대표
는 "인제만 보더라도 산양과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앞으로 산양과 주민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주민뿐 아니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5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산양과 더불어 살기 위한 시민 대화를 마련하는 등 시민들과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산양을 위한 자료 수집과 공유에 나설 예정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은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기록은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이 기록들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겨울 산양이 대거 폐사하자 올겨울을 앞두고 강원 북부지역 ASF 차단 울타리 40여 곳을 개방하는 등 보호 대책에 나섰으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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