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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미국 감사... 광물 협정 서명 준비"
트럼프 '우크라 군사 지원 중단' 발표 하루 만
러시아 '만면 미소'... 미국·이란 중재도 자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백기를 들고 말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준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권을 확보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을 이견 없이 수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전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 방안이 빠진 광물 협정을 한사코 거부하며 '수정'을 요구하던 젤렌스키는
'군사 지원 전면 중단'이라는 트럼프의
초강경 카드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 노력하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러시아는 크게 환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골칫거리인 이란 핵 문제와 관련, 미국·이란 간 중재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협상을 계기로 밀착하기 시작한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가 향후 더 두터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제든, 광물 협정 서명"... 우크라 '사과'



젤렌스키가 광물 협상 수용 의사를 표명한 건 4일 오후(현지시간)다. 그는 엑스(X)에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의 광물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 광물 협정 관련 이견을 노출하며 파국을 맞은 데 대해서도 "예상했던 대로 만남이 진행되지 않아 유감이다. 이제 바로잡을 때"라고 밝혔다. 트럼프에 대한 공개 사과였다.

젤렌스키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러시아 미사일을 방어하는 패트리엇 방공망 등 운영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영토 공격에 활용되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도 쓸 수 없다. 러시아군 위치 등 미국이 제공해 온 정보 자산의 단절도 문제다. 젤렌스키가 '공중·해상에서의 공격 금지'를 골자로 하는 휴전안을 트럼프에게 제안한 것은 그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도 집중
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치켜세웠고 "미국의 도움에 감사하다"고 거듭 밝혔다. '우크라이나 기준 4일 오전 3시 30분을 기해 모든 원조 물자 수송을 중단하라'는 트럼프의 지시가 실행되자마자 바짝 엎드린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에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종전 협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
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X에 "유럽 파트너들로부터 대체 무기를 구매·제공받을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적었다. 올렉산드르 메레즈크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도 "그(트럼프)가 우리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것 같다. 지금 원조를 중단하는 건 푸틴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노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연설 도중 서명된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러시아 "미국 무기 중단, 평화에 대한 기여"



벼랑 끝에 선 우크라이나를 보며 러시아는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4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평화에 대한 최고의 기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평화적 수단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겸손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종전 협상을 매개로 적대 관계를 풀기로 약속한 미러의 관계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미국·이란 간 핵 관련 소통을 중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달 12일 푸틴과 통화하면서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푸틴은 미국과 이란의 소통에 도움을 주는 데 동의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보유 금지'를 강조하는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對)이란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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