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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하자, 정부가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실무협의체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등을 통해 사실을 바로잡는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이 주장은 어디서 나오게 된 걸까.

5일 정부에 따르면, 트럼프의 주장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적용하는 최혜국대우(MFN·Most Favored Nation) 관세율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최혜국대우 관세율은 약 13.4%로, 미국의 최혜국대우 관세율(3.3%)에 비해 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최혜국대우란 한 나라가 특정국과 조약을 신규로 체결하거나 갱신할 때,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부여한 대우 중 최고의 대우를 그 나라에 부여하도록 한 국제무역규범이다. 각 국가는 모든 WTO 회원국에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트럼프의 주장이 틀린 이유는 한국과 미국은 서로 최혜국대우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MFN 세율보다 낮은 FTA 관세율을 적용한다. 한국과 미국은 2007년 5월 FTA를 체결했다. FTA는 2012년 3월 발효됐고, 2019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현재 한국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0.79%다. 관세 환급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미 FTA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 정도다. 현재 한국은 미국에서 들여오는 1만 2000여 개 품목 중 99.7%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99.8%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의 주장은 MFN 관세율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실과 완전히 다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실무 협의체와 통상본부장의 방미 등을 통해 해당 사실을 바로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 예고에 한국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15일 “부가가치세(VAT) 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를 미국에 관세를 매기는 나라로 여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4월 1일까지 각국의 부가가치세 중심으로 비관세 장벽을 파악하고,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부가세는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운영하는 세금으로, 자국·수입품에 모두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걷는다. 반면 미국은 부가세가 없고, 최종소비자만 판매세를 내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10%로 미국이 10%의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유럽(20%)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향후 우리나라의 비관세장벽을 관세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시하고 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상품이 국경을 넘어온 뒤 매기는 세금이나 규제, 환율 등 비관세를 관세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달 말 USTR이 ‘2025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내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추가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미국과 진행하는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통해 사실을 바로 잡을 계획이다. 산업부는 미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에너지위원회와 관세, 비관세, 조선, 에너지, 알래스카 프로젝트 등에 대한 협의체를 시작하며, 대면·화상 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안건을 상시 협의하기로 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음 주 방미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조선 협력, 에너지 수입 확대, 방위비 증액 등 우리나라가 미국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한 번에 정리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박태호 연구원장은 “하나하나 대응하면 우리가 불리하기 때문에, 미국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주고받을 수 있게끔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산업부는 실무 협의체를 통해, 국가 컨트롤타워는 국가 차원에서 패키지로 협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트럼프의 1차 타깃이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한국이 먼저 제시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이 무언가를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동향을 살피면서 협상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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