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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국인’대신 ‘MAGA 지지자’ 위한 연설
냉담한 민주 vs 기립 박수 공화…쪼개진 여야
퇴장·시위에도 아랑곳…역대 ‘최장’ 연설 기록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공화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은 8년 전 집권 1기 때와 180도 달랐다. “사소한 싸움은 뒤로할 때”라며 통합을 외친 2017년 연설과 반대로 민주당을 “급진좌파 미치광이”로 몰아붙이고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을 13번이나 언급하며 질책하기 바빴다. 민주당이 시종일관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동안 공화당은 쉴 새 없이 기립박수를 쳤다. 양극화된 좌우 간극을 키우는 ‘트럼프식’ 분열 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연설을 시작한 지 5분도 안 됐을 때부터 소란이 시작됐다. 그가 지난해 11월 치른 대선 승리를 자랑하며 “수십 년간 본 적 없는 (통치) 권한을 부여받았다”라고 주장했을 때였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무표정으로 맞이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USA”를 외쳤다.

화요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통합을 시도하는 듯 보라색 넥타이를 맨 채 의회 의사당으로 들어갔다. 양당 협력은 거기서 끝났다.
- 정치정문매체 폴리티코


야유와 혼란의 뒤섞인 순간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흔들며 외쳤다. “당신은 권한이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잠시 중단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계속 소란을 피우면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그린 의원은 물러서지 않다 경호원 호위를 받으며 퇴장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앨 그린 하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합동의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이 재개된 뒤에도 반대 의사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공화당 의원들이 손뼉을 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짓(FALSE)’ ‘노 킹(NO KING)’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한 의원은 ‘이건 정상이 아니다’는 팻말을 들었다가 공화당 의원에게 빼앗겼다.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여성의 생식권 등을 강조하기 위해 분홍색 의상을 맞춰 입고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에 민주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이들이 행복해지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미소 짓거나 손뼉 치게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비꼬았다. 또 민주당 의원들을 가리키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법 체계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에 의해 뒤집혔다”며 “법과 질서의 붕괴는 이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연방의사당에서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니디아 벨라스케스 하원의원이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끝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본회의장 절반은 미동 없이 앉아 있고, 절반은 찬사를 보내는 양분된 모습을 두고 미 언론들은 상·하원의 양당 의석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립 양상이 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의석수는 상원 6석, 하원 2석 차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문화전쟁 중심의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의지를 보여준 2017년 첫 합동의회 연설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반으로 한 선거 유세 운동을 떠오르게 했다”고 평가했다. 통합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지지 세력을 향한 메시지에만 집중했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날 연설에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에 대한 비판,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칭찬,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사기 의혹 등 문화전쟁을 비롯한 정치적 갈등 요소가 가득 차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주민 혈통임을 주장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향해 또 다시 “포카혼타스”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분열적 정책에 전속력을 다할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964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중 최장 기록을 세웠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39분31초간 연설을 이어가면서 이전 최장 기록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0년 마지막 국정연설 시간(1시간28분49초)을 뛰어넘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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