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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권서 ‘이적단체’ 지목, 18명 불법 연행
대법원, 원심 판결 확정…“이적단체성 인정 안 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1980년대 말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지 35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노회 회원 A씨와 B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인노회는 1988년 3월 만들어진 노동자 단체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1월 치안본부가 인노회를 ‘이적단체’로 지목하고, 회원 18명을 불법 연행해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하면서 와해됐다. A씨와 B씨도 인노회에 가입해 이적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1989년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듬해 열린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이후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항소심 이후 28년만인 2018년 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23년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벗을 기회가 열리게 됐다. 앞서 2020년 대법원이 다른 인노회 회원 사건의 재심에서 인노회에 대해 이적단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이들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인노회가 ‘노동자들의 공익 보장’ 등을 위한 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심 당시 검사도 인노회에 대해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한 단체라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다른 회원에 대한 재심판결에서 이적단체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인노회의 이적단체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한 문건에 대해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인노회 회원들은 당시 치안본부 수사관들에게 강제로 연행돼 불법 체포된 상황이었고, 문건 또한 강제로 압수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문건을 A씨와 B씨가 소지했다거나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A씨는 장기 파업 농성 투쟁 중인 회사의 쟁의행위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았는데,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인노회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1990년 분신자살한 고 최동 열사에 대해서도 사망 이후 34년 만인 지난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A씨와 B씨의 무죄 선고 이후 검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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