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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4배 높지만 군사지원” 사실과 거리 먼 주장
한국 평균 관세율 0.79%…환급 고려하면 더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디시(D.C.)의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보다 평균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도 주장했다. 백악관에 조선업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특별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 지어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법은 정말 끔찍한 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지급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관세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왔고, 공장을 짓고 있으며, 많은 다른 기업들도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대만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시(TSMC)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1000억 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뒤 “남은 자금이 있다면, 하원의장님, 그것을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든, 다른 어떤 용도로든 활용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제정한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에 132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총 520억달러(약 62조5800억원)을 배정하기로 하고, 관련 기업의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대상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 직접 보조금 최대 47억4500만달러를 지급받는 계약을 미 상무부와 맺었다. 하이닉스도 보조금 4억5800만달러가 확정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법은 너무 나쁜 거래”라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조금을 미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놓고,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약속을 뒤집겠다는 뜻이다.

부당한 관세 언급하며 한국 콕 집어

조선업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조선업 부서를 신설하고, 이 산업을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인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임을 발표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때 수많은 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만들지 않고 있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매우 빠르게, 그리고 조만간 다시 조선업을 부흥시킬 것이다. 이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더욱 강화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등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국의 대미 관세와 관련해 사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각국의 ‘부당한 관세’를 나열하다가 한국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네 배 더 높다”라며 “그런데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그리고 여러 방면에서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간단히 언급만 하고 지나간 다른 국가에 비하면 꽤 긴 분량이었다.

현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 수준(환급 고려하지 않은 실효세율 기준)으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낮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수입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에 한국 참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알래스카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는 알래스카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허가도 이미 받았다”라고 말했다.

대미 무역 흑자국 중 하나인 한국은 무역 흑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일환으로 한국 정부는 한국의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또는 개발 참여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발 앞서 치적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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