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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3월 5일 12시 3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국내 2위 대형 마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도 평판 하락을 감수하고 초유의 결정을 내린 데는 단기적인 상환 부담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산 유동화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5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채무 산정을 위한 조사위원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홈플러스 측이 신청한 사업 계속을 위한 포괄 허가를 결정했다. 통상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은 영업 활동을 위한 비용을 지출할 때마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홈플러스는 자율적으로 돈을 쓸 수 있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데는 신용등급 하향이 트리거가 됐다. 그간 회사채와 단기채 등으로 버틴 홈플러스 입장에서 차환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막힌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3- 등급으로 단기채 등의 발행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를 인수할 투자자가 적어지기 때문에 차환에 필요한 물량 자체를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한도대출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 매입과 영업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 금융권 차입 외에도 홈플러스는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차입 규모는 1조9000억원 수준이다. 메리츠증권 1조2000억원, 은행 한도채 1000억원, 기업어음 2500억원, 매입 채무 등의 유동화 조달 3500억원 규모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일단 시간을 벌게 됐다. 법정관리 중인 기업에는 기본적으로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포괄적 금지 명령은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전 발생한 채무에 대해 강제집행이나 가압류를 금지하는 제도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유지하는 동안 차입금과 이자 상환이 유예되고, 기존 채무도 일정 수준 조정이 가능하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회생채권 중 공익채권으로 분류되는 직원 급여와 세금, 상거래 채권 등만 변제하면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엑시트를 위한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 노조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던 부동산 자산 매각 명분을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쥐었다는 분석이다. 기업회생 절차는 통상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을 중심으로 변제 계획이 세워지는데 이번 홈플러스의 관리인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 주도로 홈플러스의 자산 매각 등 채무 변제 방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도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유동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차입을 통한 상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대부분은 담보 신탁 계약 중으로, 담보 신탁된 자산은 채무자회생법상 채무자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회생 절차에 영향을 안 받는다”며 “법원의 허가 없이 채권자와 채무자 협의를 통해 처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금융 부채 상당 부분은 4조7000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자산 매각에 실패하면 MBK파트너스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 기존 채무 중 일부를 출자전환하고, 기존 주주의 구주는 무상으로 소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회생 인수합병(M&A)도 선택지에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에 따라 홈플러스 경영권을 매각하게 되면 새 투자자의 자금은 유상증자 형태로 회사로 유입되고, 기존 주주의 주식은 소각하게 된다”며 “부동산 자산 매각 후 회생 절차를 폐지한 뒤 나오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내달 29일까지 홈플러스의 채권 규모 및 기업 가치를 산정해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 규모가 확정되면 홈플러스의 관리인은 본격적으로 채무 변제를 위한 회생계획안 작성에 돌입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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