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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코스맥스, 매출 2조 돌파
나란히 영업이익률 8%대 기록

비슷한 포트폴리오로 다수 사업 겹쳐
화장품·건기식·의약품 ODM

화장품 시장 경쟁 치열하지만
건기식·의약품은 한국콜마 '완승'
사진=각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K뷰티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주체는 수많은 중소형 브랜드들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화장품 제조전문업체 두 곳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콘셉트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 준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업계의 TSMC다”란 말을 들은 배경이다.

이들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형태도 유사하다. 포트폴리오로 보면 화장품부터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매출은 한국콜마가 더 많다. 한국콜마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넘어선데 비해 코스맥스는 지난해 처음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유사해 보이는 두 회사지만 뜯어보면 다른 점이 꽤 있다. 화장품 사업은 잘되는 시장도, 잘하는 부문도 다르다. 또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건기식과 의약품 부문에서는 한국콜마가 월등히 앞서가는 양상이다. “화장품, 건기식, 의약품 등 생활 및 건강과 관련된 3개의 축으로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선발주자 한국콜마, 후발주자 코스맥스 한국콜마가 먼저 시장을 개척해 자리를 잡으면 코스맥스가 똑같은 사업을 전개하는 식으로 성장해왔다. 윤동한 회장이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했고 1992년 이경수 회장이 뒤따라 한국미로토(현 코스맥스)를 세웠다. 이후 양사는 비슷한 사업 분야에 뛰어들며 30년 넘게 경쟁 중이다.

미국 ODM 기업인 콜마는 각국의 현지 기업과 기술·브랜드 제휴를 맺고 로열티를 받았는데, 당시 윤 회장은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세웠다. 2022년에는 콜마 본사로부터 브랜드를 아예 인수했다.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업계 역사상 한국 기업이 글로벌 본사의 브랜드 상표권을 인수한 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일본 미로토와 기술제휴를 맺고 ‘한국미로토’로 출발했다가 1994년 제휴 관계를 끊고 사명을 코스맥스로 변경했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 한국콜마는 북미, 코스맥스는 동남아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매출 2조4521억원, 영업이익 19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4%, 44% 늘었다.

코스맥스의 매출은 2조1661억원, 영업이익은 1754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21.9%, 51.6% 증가했다.

양사 모두 비슷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성과를 내는 시장은 다르다. 한국콜마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미국’이다. 시장별 매출은 △한국 1조597억원 △중국 1537억원 △북미 974억원 등이다.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했지만 미국에서는 55% 늘었다. 미국 사업의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2023년 95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6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미국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0.3%로 전체 영업이익률(8.0%)을 상회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화장품 시장 미국에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작년 실적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맥스의 실적은 아시아 중심이다. 시장별 매출은 △한국 1조3577억원 △중국 5743억원 △미국 1371억원 △인도네시아 1132억원 △태국 435억원 등이다. 미국 매출이 한국콜마보다 많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반면에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70.4%, 31.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미국에서 21.3% 줄었다. 코스맥스는 미국 실적에 대해 “기존 고객사의 주문량이 줄고 신규 매출 발생 지연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도 “한국콜마는 북미, 코스맥스는 아시아를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한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성장세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이 이전보다 추가적인 성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10년 전 선택의 결과다. 코스맥스는 2013년 로레알의 인도네시아 공장을 인수하면서 동남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코스맥스는 당시 로레알의 헤어 제품을 생산하던 인도네시아 공장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반면 콜마는 비슷한 시기 북미에 집중했다. 2016년 미국 화장품 ODM 업체 PTP와 캐나다 ODM CSR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콜마는 미국 로컬 브랜드로부터 제품 개발 문의가 늘자 신규 공장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짓고 있는 미국 2공장이 3월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한국콜마는 미 법인 생산량을 기존 1억8000만 개에서 3억 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한국콜마의 미국 매출은 13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로컬 브랜드 수주가 확대될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사진=각사
◆ 콜마는 기초, 코스맥스는 색조강점 카테고리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콜마의 강점은 스킨케어와 선크림 등 기초에 있지만 코스맥스는 쿠션 파운데이션, 립(틴트·립스틱), 아이섀도 등 핵심 제품이 색조다.

한국콜마의 강점은 기초다. 실제 한국콜마의 기초 매출은 색조의 3배가 넘는다. 특히 기초화장품의 마지막 단계인 자외선 차단제를 앞세워 고객사를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에서 대박난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 달바의 주요 선크림 제품 등은 모두 한국콜마가 제조한다. 한국콜마가 세계 최대의 선크림 업체가 된 배경이다.

한국콜마의 국내 자외선 차단제 시장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성분을 완벽히 결합한 복합자외선차단제(이하 복합자차) 안정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자외선 차단력이 뛰어난 무기자차의 장점과 발림성이 좋은 유기자차의 장점을 하나로 모은 하이브리드 기술이다. 한국콜마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국제특허출원(PCT)을 진행 중이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한국콜마의 기초화장품이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덕분이다. 한국콜마는 △2021년 1041억원 △2022년 1210억원 △2023년 1233억원 △2024년(1~3분기) 1012억원 등 최근 4년간 3396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이는 윤동한 회장의 R&D 철학과 관련이 깊다. 윤 회장은 창업 초창기부터 “ODM 업체라고 해서 주문자들이 기술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자체 기술을 갖고 있어야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제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정적 계기는 2019년에 만들어졌다. 한국콜마는 2019년 전국에 흩어져 있던 11개 연구소를 종합연구소로 통합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소 통합 이후 제약과 화장품 기술의 융합이 이뤄지며 다양한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쿠션 파운데이션’(파운데이션을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은 제품)으로 유명하다.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ODM 선도기업이던 인터코스의 색조 전략을 벤치마킹해 색조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히트상품 ‘쿠션 팩트’도 코스맥스의 제품이며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진 K뷰티 브랜드 ‘티르티르’의 쿠션도 코스맥스에서 생산했다. 이외에도 중소 뷰티 브랜드 롬앤, 중국에서 인기 있는 3CE 등이 내놓는 액상형 립제품(틴트)도 코스맥스가 만들었다.

코스맥스도 상당한 자금을 R&D에 투자한다. △2021년 687억원 △2022년 731억원 △2023년 857억원 △2024년(1~3분기) 686억원 등 총 296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초를 앞세워 성공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색조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어 중소 뷰티 브랜드의 흥행 가능성이 높은 카테고리”라며 “기초는 기술력의 상향평준화로 인한 경쟁 심화, 피부 타입에 따른 원료 차별화 등 다양한 문제가 있어 상대적으로 성공 기회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에서 색조화장품을 사용하면서 스킨케어 관련해서는 아모레, LG생건에서 나오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피부에 맞는 기초 제품을 찾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 격차 벌어진 건기식과 의약품이들 두 회사는 회장품으로만 경쟁하는 게 아니다. 건기식과 제약부문에서도 맞붙는다. 다만 건기식과 제약에서는 승자가 확실하다. 한국콜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매출 628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콜마의 건기식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이자 국내 1위 건기식 ODM 기업이다. 국내 건기식 시장이 역성장한 지난해에도 콜마비앤에이치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수출 영향이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원료부터 개발한 ODM 제품 ‘헤모힘’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매출이 36% 증가했다.

202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비타민’으로 알려진 ‘센트룸’ 생산을 따내며 제조 능력을 인정받았다. 센트룸을 보유한 헤일리온(옛 GSK컨슈머헬스케어)은 세계 1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연매출이 15조원에 달한다. 헤일리온의 제품을 국내 업체가 만드는 건 콜마비앤에이치가 처음이다. 첫해 10%였던 위탁물량을 지난해 60%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GA)의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품질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스맥스도 건기식 사업을 담당하는 코스맥스바이오와 코스맥스엔비티를 두고 있다. 2014년 건기식 업체 ‘뉴트리바이오텍’을 인수하며 건기식 시장에 도전해 1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더디다. 지난해 두 회사의 합산 매출은 4647억원이다. 코스맥스바이오에서 3180억원, 코스맥스엔비티에서 146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4.7%, 10.5% 줄었다.

‘의약품’ 사업은 HK이노엔과 코스맥스파마가 담당한다. 한국콜마는 2002년 의약품 CMO(위탁생산) 사업을 시작했고, 2003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며 의약품 ODM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2018년에는 CJ그룹의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사업을 확대해나갔다. 2020년에는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를 매각하고, 제약 사업을 HK이노엔으로 일원화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89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2% 늘어난 수치다. 케이캡을 비롯해 순환기, 당뇨 등 전체 전문의약품 매출이 성장한 영향이다.

코스맥스는 2018년 의약품·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투윈파마(현 코스맥스파마)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스맥스파마는 감기약부터 비타민까지 다양한 의약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매출은 줄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9% 감소한 391억원이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자체 브랜드의 제품을 제조하지 않음에도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양사의 평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결과에서는 한국콜마가 앞서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화장품 상장기업 브랜드 평판 조사에 따르면 9월 기준 한국콜마는 LG생활건강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코스맥스는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아모레퍼시픽, 브이티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ODM 업체인 양사 간 경쟁은 국내 뷰티산업의 글로벌화와 전반적인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향후 경쟁의 구도는 지역과 품목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경쟁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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