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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정부는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임시 공휴일' 지정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징검다리 연휴 가운데에 낀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최대 엿새까지 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관광 활성화, 내수경기 진작 등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도 뒤따랐습니다.

기대는 실현됐을까요?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분석해 봤습니다.


내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는 우선 서비스업 생산입니다.

서비스업 생산은 서비스 분야의 소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6일의 명절 연휴가 있었던, 올해 1월 서비스업 생산은 어떨까요?

전 달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0.8%였습니다. 계엄 한파가 몰아쳤던 12월보다도 안 좋았던 겁니다.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은 4% 감소했고, 택배나 유통업이 포함된 운수·창고업도 3.8%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0.9%였습니다.


여행 쪽은 어땠을까. 숙박·음식점업을 볼까요.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1.4% 늘긴 했는데, 여행은 성수기가 따로 있어서 '한 달 전' 보다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는 게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숙박·음식점업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3.3%.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설 명절이 1월이 아닌 2월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명절 연휴 때문에 유독 여행이 많았다든지 하는 기저효과도 없었습니다.


이번엔 직접적인 소비 증감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액 지수입니다.

올해 1월 소매 판매액 지수는 101.2로, 역시 전 달보다 0.6% 감소했습니다.

의복과 신발·가방 같은 준내구재 판매는 2.6% 감소했고, 화장품이나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 판매도 0.5% 줄었습니다.

오히려 명절 연휴나 임시 공휴일 효과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내구재, 예를 들면 통신기기나 가전제품·가구 등의 판매만 1.1% 증가했습니다.


소비가 아닌 생산 쪽은 어떨까요?

1월 전산업 생산은 마이너스 2.7%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지난 2020년 2월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통계청은 전 달 상승세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조업일 수 감소가 생산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길어진 명절 연휴가 산업 생산 증감에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이렇게 길어진 명절 연휴가 있던 올해 1월은, 기대와 달리 소비나 생산 분야 모두 적잖은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증가세가 눈에 띈 데이터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바로 해외여행객 입니다.

인천공항공사가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설 연휴 기간 집계한 해외여행객은 약 217만 명. 하루 평균 21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해외를 나가기 위해 공항을 찾았습니다.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긴 연휴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게 해 오히려 내수의 발목만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통계상 숫자만으로 모든 사회·경제적 효과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긴 휴일로 인한 명절 교통 분산 효과나 충분한 재충전, 가족 유대 관계 개선 등 숫자로 일일이 계산하기 어려운 효과도 분명 여러 가지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연휴가 내수 진작과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는 이제 재분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거 없는 막연한 희망을 속칭 '뇌피셜'이라고 하죠. 필부도 아닌 정부가 '뇌피셜'을 반복하면 무리겠죠.

앞으로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겠다면, 면밀하게 득실을 따져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좀 더 명확하고 체계화된 근거를 앞으로는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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