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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 처리’ 조건으로 데이터 요구
한국 영상 사용·국내 서버 설치 거부
부처 지도반출 요구 미묘한 시각차
연합뉴스TV 제공

구글이 9년 만에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다시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관련 시설물 위치값 데이터 3200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내건 반출 조건 가운데 하나인 ‘보안(블러·흐림) 처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들 시설의 정확한 좌표값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4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와 관련해 ‘위성사진에서 안보시설을 흐림(블러) 처리할 것’ ‘한국 업체가 제작한 보안 처리 영상을 사용할 것’ ‘국내에 데이터센터(서버)를 설치할 것’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과 같은 입장으로 구글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다.

구글은 이 중 안보시설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안 한 가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군사기지 등 안보 관련 시설물의 위치 좌표 3200개를 추가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흐림 처리’를 위해 정밀한 좌표 확보가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들 데이터는 정부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직접 관리하는 보안 자료다. 예컨대 현재 정부는 경기도 용인 3군 사령부와 같은 군사시설물의 위치 데이터를 비공개하고 있다. 이 정보가 공개되면 정밀타격이 가능해지는 위험이 따른다.

구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이전보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9년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의 국내 서버 설치 요구를 여전히 거부한 채 자기들이 데이터를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제한’하는 국가들의 방침을 문제 삼았다.

해외 각국의 지도 반출 방침은 제각각이다. 중국 이스라엘 인도 등은 한국처럼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구글에 지도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2022년 7월 반출 ‘불허’에서 ‘제한적 허가’로 돌아선 인도 사례를 근거로 구글이 한국 정부에 변화 압박을 가할 우려가 제기된다. 인도는 그전까지 테러 위험 등으로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거리)뷰 서비스를 불허했다. 구글은 미국 외 다른 국가의 지도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계부처는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두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한·미 통상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고 국토부는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구글의 상세 지도 제공이 국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 입장이 아직 나온 건 아니지만 9년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한·미 통상 관계와 기업 편익을 좀 더 종합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 전체적인 정책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국토부·산업부·국가정보원·외교부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 관련 안건을 정식 상정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현재는 관계기관의 의견을 조회하는 단계이며, 궁극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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