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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생산 감소폭 4년 만에 최대
추경 지연에 경기 회복 ‘안갯속’


반도체 부진·트럼프 관세 압박…경기 침체 ‘밑바닥을 모른다’


올해 1월 생산·소비·투자가 전월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에 생산·소비·투자 등 ‘트리플 감소’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산과 투자 감소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컸다.

소비 침체에 이어 생산·투자마저 위축돼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가경정예산 논의도 중단되면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2.9%) 이후 4년11개월 만의 최대 폭 감소다. 기계장비(-7.7%)·전자부품(-8.1%) 등 광공업 생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주력산업인 반도체 생산은 0.1%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수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8% 줄었다. 지난해 5월(-0.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도소매업(-4.0%)·운수업(-3.8%) 분야에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

1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의복 등 준내구재(-2.6%) 소비가 줄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0월(-0.7%)·11월(-0.7%)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지난해 12월(0.2%)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감소로 전환됐다. 설연휴 임시공휴일 효과를 제외하면 소비 부진은 더 심했을 수도 있다.

가장 크게 감소한 건 설비투자였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2% 줄어 2020년 10월(-16.7%)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기 등 기계류(-12.6%)와 기타 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7.5%) 부문에서 투자가 줄었다.

건설업 부진도 계속됐다. 건설기성(생산)이 전월 대비 4.3%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해 3월(-9.4%) 이후 가장 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3% 줄어들어 1998년 10월 이후 최대 폭 감소였다. 건설경기 선행지표로 꼽히는 건설수주 역시 1년 전보다 25.1% 줄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월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나 명절로 인한 조업 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주요 지표가 마이너스 전환됐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밑바닥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수출은 2월 기준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월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1%대 중반 성장률이 고착화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의 추경 논의도 공전하면서 경기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소비가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비상계엄 등으로 이미 경기 침체 경고등이 들어왔다”며 “추경 논의의 키를 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루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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