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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과대학 40곳 중 10곳의 수강신청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는 모습. [뉴시스]
4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의 3학년 강의실. 154석 규모의 넓은 공간이 무색하게 좌석은 텅 비어 있었다. 바로 옆 2학년 강의실도 수업을 듣는 학생은 양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소수에 그쳤다.

1학년 강의실에서 학생 10여명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군위탁 편입생들”이라고 설명했다. 군의관 양성을 위해 현역장교를 의대에 편입학하는 군위탁생은 의대 정원과는 무관하게 선발된다. 이들을 제외한 25학번 신입생들은 이날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전국 의대는 이렇게 썰렁한 분위기 속에 개강 첫날을 맞았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의 의대 건물도 오가는 사람 없이 휑했다. 1·2학년 강의실이 있는 학생관에는 학교 관계자들만 종종 드나들 뿐, 수업을 위해 오가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한 데 이어, 증원 이후 의대에 합격한 25학번 신입생까지 수업을 거부하고 나서면서다.

의대 신입생들의 휴학 동참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의대 신입생 행사 등에선 선배들이 2025학번 신입생들에게 ‘휴학 투쟁’의 필요성을 담은 자료집을 배포하는 등 집단행동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번 입학하면 선·후배가 전공의 수련 과정 등을 장기간 함께하는 의대 특성상, 신입생이 선배들 요구를 무시하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신입생은 “선배들이 휴학계 제출 의사를 묻는 설문을 돌리고, 결과를 공개하는 상황이라 휴학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라며 “휴학계를 제출할 시점 등에 대해서도 선배들의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의대 신입생 학부모는 “선배 눈치에 학교 한번 못 가보고 강제 휴학하게 생겼다”라며 “휴학 처리가 안 되면 등록금 수백만 원을 날리는 데 누가 책임질 거냐”라고 하소연했다. 개강 연기를 택한 의대들도 있다. 가톨릭대 의대는 예과와 본과 1·2학년 개강을 다음 달 28일로 연기했다. 고신대는 오는 17일로, 강원대·울산대는 오는 31일로 본과 개강을 미뤘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 학생들이 대거 유급·제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일부 의대는 학칙상 3학기 연속 휴학이나 신입생 휴학을 금지하고 있어, 이번 학기까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다면 대규모 유급·제적을 피할 수 없다.

24학번 이상 의대생들도 이번 학기에 대부분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달 의대 재학생 1만 8326명을 조사한 결과 96.6%가 1학기에 휴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인재들이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의대생의 복귀를 호소했다. 최 대행은 “정부는 원칙과 가치를 지키면서 의학 교육 정상화와 질적 제고를 위해 의료계, 의료 교육계와 충분히 소통하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의대생 집단휴학을 승인해줬던 교육부는 올해엔 이런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국장)은 이날 “25학번은 (정원)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선배들과 달리) 증원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수업에 참여해야 불이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수강신청자가 ‘0명’인 의대가 10곳(지난달 25일 기준)이라고 알려진데 대해 김 국장은 “수강신청 기간이 28일까지거나 개강일까지인 경우가 많다”며 “28일 현재 기준으로 신입생 60% 가까이 수강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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