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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4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정치개혁 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이낙연·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진표 전 국회의장, 강원택 국가미래전략원장, 정 전 총리, 박병석 전 국회의장, 김황식·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우리 윤석열 대통령이 개헌을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계엄을 들고 나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민주당 출신들은 다 개헌하자고 하는데 딱 한 사람, 이재명 대표만 안 하자고 한다.” (정대철 헌정회장)

여야 정치 원로 9인이 4일 서울대에 모여 한목소리로 개헌을 공개 촉구했다. 정세균·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정운찬·김황식·이낙연·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대철 헌정회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청중 100여 명 앞에서 2시간 넘게 토론했다. ‘국가 원로들 개헌을 말하다’란 제목으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원장 강원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였다. 진보정권에서, 또 보수정권에서 정부와 국회 요직을 거치며 산전수전을 겪었던 정·관계의 고수들이 사전 원고 교환 없이 개헌과 현 시국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이날의 공감대는 한마디로 “지금이 아니면 개헌은 불가능하다”였다. “‘이번엔 잘하겠지’ 하고 뽑아준 대통령이 후진적 행태를 반복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탄핵할 것인가.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실천해 보자는 결의를 다지자”(정세균 전 의장), “여야가 진정성을 갖고 일주일만 토론하면 만들어낼 수 있다”(김진표 전 의장),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에너지가 분출하는 지금이 개헌의 적기”(박병석 전 의장)라는 주장에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권력구조에 대한 각론은 각양각색이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정치경력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러니까 이런 (계엄) 사태가 나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회가 같이 가는 내각제’ 또는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는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내각제를 채택하고, 양당제 대신 다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했고, 김진표 전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식물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내각제가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3개월 내에 실현하기 불가능하니 책임총리제를 우선하자”고 주장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정치는 직업이다. 직업으로서 정치를 해 온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느닷없이 대통령이 되는 정치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며 의원내각제를 주장했다.

개헌 논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메시지도 분출했다. 박병석 전 의장은 “(개헌 후) 첫 번째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중임의 길을 터주자. 그래야만 가장 유력한 후보도,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도 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지금 개헌할 수 있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사람은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라며 “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헌에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 역시 “지금 정치권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이고 나머지는 하자고 하는데, 그 어떤 분이 n분의 1이 아니다”며 “그런데 그분을 위해서도 개헌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국민 분열로 인한 사회적 긴장 속에서 제왕적 권력을 받는 것이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주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강원택 서울대 국가전략미래원장은 “당장 눈앞에 벌어진 정치적 위기뿐 아니라 새로운 국가적 도약을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통한 정치 시스템 변혁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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