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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로 해결" 보복 조치 시사
일본 정부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환율에도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이 적대시하는 중국과 전통적 동맹국인 일본을 지목해 "(두 나라가)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 미국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주장을 늘어놓으며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약세인 나라에는 관세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통화 약세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고 즉각 반박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그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트리면 미국은 매우 불공평한 불이익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얘기했던 것처럼 일본 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통화를 계속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일본 정상과의 전화 통화가 집권 1기 때인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은 고율 관세 부과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한 데 따른 맞불 조치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엔화 약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이런 것들(타국 통화 약세 유도 정책)을 아주 쉽게 해결할 방법이 관세"라며 통화 가치 하락 정책을 펴는 국가에는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하나은행 직원이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달러당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외환 시장이 요동쳤다. 뉴욕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50엔대에서 148엔대까지 올랐다. 닛케이는 "하루 만에 2엔가량 오르는 엔화 강세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전화한 적이 없다"며 "일본 정부는 이른바 저환율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재무 당국 간 협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일본은 통화 약세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며 "환율 문제와 관련해 가토 가쓰노부 재무장관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오히려 엔화 가치 하락을 막고자 외환 시장에 개입해 왔다. 닛케이는 "시장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엔저(엔화 약세) 견제 발언이 변덕에 불과한 것인지, 엔저를 바로잡으려는 의도인지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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